서울 시내 소재 한 건물의 사무실이 공실 상태에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한때 투자 광풍이 불던 수도권 지식산업센터가 공급 과잉에 따른 공실 대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했습니다. '아파트형 공장'으로도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 부동산 상승기였던 5~6년 전부터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분양됐는데요. 주택과 달리 보유 개수에 상관없이 종부세, 양도세 중과 규제를 받지 않고, 전매 제한 및 대출 규제가 헐거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됐었죠. 저금리와 맞물려 투자 수요의 유입도 상당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물량이 준공된 2~3년 전부터 분위기는 반전됐습니다. 준공된 이후 경기침체로 인한 임차 수요 부진과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대부분 공실로 남아 있고, 투자 수요는 떠났습니다. 시장 수요를 무시한 채 들어선 지식산업센터는 이제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른 모습입니다.
1970년대 대도시 내 소규모 작업장과 무등록 공장의 집단화를 위해 아파트형 공장이 도입됐습니다. 아파트형 공장은 2000년대 들어 첨단산업 업종이 입주 가능한 지식산업센터로 이름을 바꿨는데요. 지식산업센터는 금융과 보험, 교육, 의료, 무역, 판매업, 근린생활시설, 운동시설, 상점 외에도 콜센터, 광고대행업 등 서비스업종까지 입주가 허용되며 기존 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았습니다. 특히 지역별 자족 기능을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 수분양자들에게 취득세·재산세를 깎아주는 등 각종 세제 지원과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혜택을 주며 투자자들을 모았는데요. 중소 건설사들이 주로 뛰어들었던 이 시장에 대형 건설사들마저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공급이 폭증했습니다.
여기도 공실, 저기도 공실…혹독한 '겨울나기'
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도시의 자족 기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이유로 지식산업센터 공급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실제 입주 수요가 있는지, 기업을 어떻게 유치할지에 대한 전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식산업센터 건축 승인만 남발했다는 것입니다. 고양시의회 손동숙 의원실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에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는 작년 말 기준 총 25곳으로, 1만1400여실이 공급됐습니다. 이 중 6400실만 입주를 완료한 상태로 절반은 텅 빈 상태입니다. 업계에선 경기권의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이 40%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공실률이 높은 일부 지역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도 나옵니다.
지식산업센터가 다른 수익형 부동산보다 유독 더 높은 공실률을 보이는 이유는 부동산 호황기 임차 수요를 기반으로 공급이 늘어난 것이 아닌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를 기반으로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수분양자들은 지식산업센터에 입실하려는 사업자가 아니라 전매(분양을 받은 후 되파는 행위) 등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전국의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672건, 거래 금액은 2569억원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년 전(거래량 1011건·거래액 4153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33.5%, 38.1% 감소한 수치입니다. 단기간 금리가 치솟고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 일로에 접어들던 지난 2022년 4분기(763건·2937억원)와 비교해도 더 저조한 성적이죠. 지식산업센터는 경매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입니다. 지지옥션 집계 결과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매각 건수는 매년 늘어 지난해 1370건을 기록했습니다. 낙찰률은 28.20%에 불과해 매각 물건은 계속 쌓이는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과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이 더욱 악화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습니다. 지식산업센터 부실은 상권에 타격을 주는 등 지역 경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죠. 때문에 지자체가 입지와 규모 등의 지침을 마련, 승인 속도를 조절하고 정기적인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해 공급자와 수요자들에게 안정화 시그널을 줘야 합니다.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접근법을 완전히 바꿔야만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습니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