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해 정부 배당 수입의 71%를 책임졌던 국책은행이 올해에도 막중한 비중을 차지할 전망입니다.
기업은행(024110)과 수출입은행은 역대 최대 정부 배당지급이 예정됐는데요. 기재부는 국책은행들이 내놓은 배당 계획안을 외면한 채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책정했습니다. 과도한 배당으로 국책은행이 세수 결손 부담을 떠안는 동시에, 자본 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 정부배당 71% 책임져
16일 기획재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배당 수입은 총 2조1322억원입니다. 40개 정부출자기관 중 정부배당을 실시한 기관은 17곳이며, 이 중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곳의 정부 배당액은 1조5296억원으로 71.7%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근 5년간 국책은행이 차지하는 정부 배당 규모는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지난 2020년 3506억원으로 25%의 비중을 가져갔는데요. 이후 2021년 31.8%(4581억원), 2022년 54.4%(1조33347억원), 2023년 57.6%(7134억원)으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정부 배당 수입에서도 국책은행은 작년과 유사한 규모의 정부 배당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은은 2024년도 회계연도 기준 정부 배당을 7587억원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역대 최대 정부 배당을 기록한 전년(8781억원) 대비 1200억원 가량 줄었는데요. 배당성향은 37.8%로 최근 5년 중 2020년(43.0%)을 제외하고 가장 높습니다.
기은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정부에 역대 최대 배당을 실시합니다. 기은의 2024년 회계연도 기준 배당성향은 34.98%인데요. 작년 당기순이익 2조4281억원에서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계산된 총 배당금은 8493억원입니다. 이 중 5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재부에 지급되는 배당금은 5053억원입니다. 전년도 지급한 역대 최대 정부 배당금 4668억원보다 400억원가량이 증가했습니다.
수은의 배당성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 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된 배당성향을 정부가 공표하면 확정될 예정입니다. 지난해엔 2023년 회계연도 기준 1847억원을 정부 배당으로 지급했는데요. 3년 연속 35%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습니다. 금융권에선 해당 배당성향이 이어진다면 2100억원을 정부에 배당 지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배당성향 하향 요청에도 기재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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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들은 당초 현재 책정된 수준의 배당금보다 적은 금액을 기재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 1월 올해 지급할 정부 배당금으로 4327억원을 산정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7587억원으로 결정되며 산은의 계획보다 3260억원이 증가한 정부 배당을 실시합니다.
기은은 배당성향 33.69%, 배당금은 주당 1025원으로 4863억원의 정부 배당을 협의안으로 내놨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190억원이 증가한 5053억원을 배당하게 됐습니다. 수은 역시 1370억원의 정부 배당금을 제출했으나 2100억원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산은은 정책금융 확대와 자본건전성 개선에 대한 애로, 과거 거액의 정부배당금 실적 등을 근거로 25% 수준의 배당성향 하향을 요청했습니다. 수은은 1000억원 배당 유보시 7692억원의 추가 대출여력이 발생한다며 배당성향을 20%로 제안했는데요. 이처럼 각 은행들이 내부 유보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기재부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때문에 과도한 정부 배당을 통해 세수결손에 대한 부담을 국책은행에게 지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수결손은 예산을 책정하며 예상했던 국세수입보다 실제로 걷힌 국세가 적다는 의미인데요. 지난 2023년 세수결손은 56조4000억원을 기록했고 작년에도 30조8000억원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정일영 의원은 "기재부는 지난 3년간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정부출자기관에 과도한 배당을 요구했다"며 "정부배당 과정을 투명화하는 내용을 담은 국유재산법 개정을 추진해 정부출자기관의 팔을 비틀어 세수결손을 메우는 꼼수를 다시는 쓰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배당이 건전성 관리 '발목' 잡아
아울러 국책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정부 배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금융감독원 및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민간은행보다 낮습니다. 산은과 기은, 수은의 BIS 자기자본 비율은 각각 13.9%, 14.69%, 15.41%로 국내 은행 평균인 15.58%를 하회합니다. 반면 신한은행은 17.58%, 하나은행 17.39%, KB국민은행 17.31%, 우리은행 15.85%입니다.
은행권에 자본건전성의 핵심 지표인 BIS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배당을 줄이고 자기자본에 편입하는 것입니다. 다만 국책은행은 매년 큰 규모의 정부 배당을 단행하기 때문에 내부 유보금 적립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대하긴 어려운 형국입니다.
해당 사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도 등장했습니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정부가 현물출자를 하고 현금배당을 가져가는 행태가 BIS 비율 악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동수 의원은 "배당을 되도록 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정부가) 출자를 더 해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는 점을 작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다"며 "국책은행들이 민간은행보다 BIS비율이 좋아야 하는데 떨어진다. 국가신인도에 맞게 재무구조가 변해야 하지만 국가 재정 부족하다고 정부가 배당을 받아가버리니 점점 어려워진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정부 배당 수입의 71%를 책임졌던 국책은행이 올해에도 막중한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사진=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