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롯데 '은둔 후계자' 신유열…롯데 위기 속 '진짜 리더십' 시험대

5년 만에 부사장 초고속 승진…CES·모빌리티쇼 등 대외 행보 나서
롯데쇼핑·케미칼 연속 적자에 그룹 내 유동성 위기 도미노
롯데바이오로직스 4.6조원 투자 계획…日 CVC 베팅 속도

입력 : 2025-04-2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19: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롯데그룹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은둔형 후계자'로 불리던 그는 올해 들어 국내외 주요 산업 현장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와 모빌리티, 바이오 등 롯데그룹의 기존 주력사업이 아닌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최근 롯데쇼핑(023530)롯데케미칼(011170), 롯데건설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연이어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신 부사장이 대외 무대에 본격 나서면서 롯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입사 5년 만에 초고속 승진한 신 부사장이 아직 이렇다 할 경영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신 부사장은 그룹이 직면한 위기 속에서 리더십과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롯데월드타워(사진=롯데그룹)
 
현장 경영 보폭 넓히는 신유열…'미래 롯데' 밑그림 그리기
 
1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롯데지주 부사장에 오른 신 부사장은 현재 롯데지주(004990)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미래성장실장으로서 그룹 전체의 신사업 및 신기술 기회 발굴,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 추진 등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총괄하고 있다. 동시에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으로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등 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진두지휘 중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줄줄이 실적 부진과 유동성 위기를 겪는 가운데 신 회장이 아들에게 신사업의 돌파구 마련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은둔형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지닌 그는 올해 1월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를 시작으로 3월 인터배터리, 4월 서울모빌리티쇼 등 세 차례에 걸쳐 주요 산업 전시회에 직접 참석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 자율주행 등 미래차 산업의 핵심 기술을 점검하며 롯데의 미래 포트폴리오 구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는 화학·유통 중심의 전통 사업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미래 성장성을 토대로 한 '뉴 롯데'로의 체질 개선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한 신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올라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 바이오 전문 CVC가 최근 방사성 의약품 연구개발기업 '링크메드'에 200억 원을 투자한 것,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일본 롯데파이낸셜에서 추진 중인 '지역 내 재생에너지 순환 공급 모델' 등이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에서도 유사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마트, 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에서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일본 롯데파이낸셜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국내에 도입 예정인 계획은 없다"면서 "(신 부사장은) 바이오, 모빌리티 중심으로 롯데의 미래 사업을 전반적으로 그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성과보다 빠른 승진…그룹 내 유동성 위기 속 경영 시험대
 
다만, 주요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부진은 신 부사장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이 5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하며 유통 본업에서의 명성 회복을 선언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 13조986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9% 줄었고, 영업이익은 4731억원으로 6.9% 감소했다. 매출은 2021년 15조5736억원, 2022년 15조4760억원, 2023년 14조5559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2023년 1692억원 흑자였으나, 지난해 9941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그룹의 핵심 현금 창출원인 롯데케미칼은 코로나19 이후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하며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해 매출은 20조4304억원으로 전년보다 2.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57.3% 급감하며 8941억원 적자를 냈다. 2022년(-7626억원), 2023년(-3477억원)에 이어 최근 3년 누적 적자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섰다.
 
신 회장은 올해 초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며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위기 극복을 주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 부사장이 미래 사업 전반을 챙기며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 일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20년 롯데에 입사한 뒤 불과 5년 만에 부사장까지 오른 그는 매년 직급이 수직 상승했지만 뚜렷한 성과로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바이오를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 부사장은 바이오 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그룹의 지속가능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결국 이 분야에서의 성과가 후계 승계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 부사장이 유일하게 등기임원으로 참여 중인 국내 계열사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오 경력이 부족한 신 부사장을 보완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GC녹십자 계열사 지씨셀 출신인 제임스 박 대표를 선임하고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너 후계자의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한 지주사의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내부 관계자는 <IB토마토>에 “2022년 신사업 명목으로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헬스케어 중 헬스케어는 3년 만에 청산됐다”며 “성과를 위해서라도 바이오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인식 아래 그룹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시에 오너의 실적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부담 탓에 임원들이 지주사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 역시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배주주(오너)가 경영권을 세습하려면 결국 경영 성과를 통해 주주와 시장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에서는 충분한 능력을 입증받은 뒤 세습 경영에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국내에서는 단지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물려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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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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