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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6일 10: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쿠팡이 대만 진출 3년 만에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만 시장에서 ‘한국형 로켓배송’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지만, 영업이익률 하락과 물류비 증가가 겹치면서 효율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손익 개선을 위해 유료 멤버십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쿠팡)
대만 등 성장사업 매출 증가…이익률 1% 제자리 ‘고민’
6일 투자은행(IB) 업계와 내부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하반기부터 대만사업 전반에 대한 운영 방식을 재정비하고 있다. 대만 진출 3년을 맞아 사업이 초기 확장 단계를 넘어선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한 수익성 중심의 운영체계로 전환하겠다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쿠팡이 한국식 ‘로켓배송’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 진출한 첫 해외 시장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성공한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해 빠른 배송과 물류 확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만 이커머스 시장은 쇼피, 라쿠텐, 아마존 등 글로벌 사업자가 경쟁하는 격전지다. 쿠팡은 배송 속도와 유료 멤버십 기반의 ‘충성 고객 모델’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초기에는 저가상품을 중심으로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

하지만 내실 개선이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가 발표한 올 3분기 성장사업 부문(대만·파페치·쿠팡이츠) 매출은 1조7839억원(12억87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지만,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손실은 4047억원으로 134.6% 확대됐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4분기 3.9%를 정점으로 올해 1분기 1.9%, 2분기 1.7%, 3분기 역시 1.7%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배송비, 반품비, 재고 관리비 등 비용 구조가 급증하면서 영업 부담이 커진 것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한국 제품군을 정리하고, 대만 현지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저가상품군을 제외하고 현지 생산품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지에서 대체가 추진되는 품목은 라면, 스낵, 음료, 치약 등 식품과 생활용품이며 향후 카테고리 확대 가능성도 있다”며 “쿠팡은 대만 내 생산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 역시 <IB토마토>에 “쿠팡이 대만에서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형 로켓배송 모델을 그대로 이식했지만, 단위당 물류비 부담이 예상보다 컸다”며 “사업 안정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불필요한 상품군을 정리하고 현지 생산품을 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만 투자 기조 유지…와우멤버십 가격 '승부수'
다만, 대만 사업의 성장세가 전체 매출을 견인하고 있는데다 시장 잠재성이 크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석 쿠팡 의장 역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해외 주력 사업인 대만 로켓배송을 포함해 성장사업에 최대 1조3000억원(9억5000만 달러)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대만 시장도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높은 유입률과 유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결국 쿠팡의 향후 계획은 점진적인 현지화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제품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대만 내 유통망을 활용한 자국산 상품 판매 비중을 늘려 물류비를 줄이는 방식이다. 쿠팡이 강조해온 ‘속도 경쟁력’은 유지하되 내부 효율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존에는 국내에서 대만으로 직접 항공 물량을 통해 월평균 1000톤 수준의 물류 배송이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대만 내 매입과 배송 물류가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자체 라스트마일(소비자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최종 배송 단계) 물류망을 강화함으로써 현지 물류 효율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쿠팡은 당분간 현지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면서, 이후 와우멤버십 회원비 인상을 통해 손익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대만 와우멤버십 회비는 월 59대만달러(약 2600원) 수준으로 향후 점유율이 안정되면 조정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