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최대…건설사 '비명'

2월 준공 후 미분양 2만3722가구…80% 지방 집중
LH 매입 등 현실성 떨어져…"강력한 세제 혜택 필요" 목소리도
업계, "악성 미분양 정부 도움 절실"

입력 : 2025-04-21 오후 4:32:18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악성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지방에 쏠려 있는 만큼 지역을 기반으로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중견·중소 건설사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여전합니다. 정부는 주택공기관을 통한 악성 미분양 매입을 추진하고, 협회 등 업계는 중소형 공사 수익성 확보와 업계 이미지 개선 등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악성 미분양을 단순 '악성 재고'로만 치부하기에는 건설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득세·양도세 등의 한시적 면제 등 강력한 세제 혜택 등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은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2만372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086가구 대비 1만1855가구(99.9%) 증가했습니다. 2월에 기록한 악성 미분양 2만3722가구는 지난 2013년 9월의 2만4667가구 이후 11년 5개월 만에 최대치입니다.
 
문제는 악성 미분양 물량 대부분이 지방에 집중됐다는 겁니다. 전국 악성 미분양의 80.8%는 지방(1만9179가구)에서 나왔는데요.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구(3067가구) △경북(2502가구) △경남(2459가구) △전남(2401가구) △부산(2261가구) 등에서 악성 미분양 물량이 2000가구를 초과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악성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도 울산(312.9% ↑)과 경북(216.7% ↑) 등 지방에 집중됐습니다. 
 
한 지방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 장기 불황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며 "문제는 앞으로도 해결책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지방 인구 감소, 인프라 미비 등으로 지방 주택 수요는 앞으로도 점점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할인 분양 같은 미봉책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습니다. 
 
길어지는 업계 불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방에 쌓인 악성 미분양 해소가 시급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습니다. 악성 미분양 주택 증가는 건설사의 원활한 자금 회수를 막아 유동성 위기를 증가시켜 건설사 경영 환경을 크게 악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악성 미분양 증가 외에도 건설업 전반의 경영난을 초래하는 요소들은 곳곳에 존재합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올초 공개한 '2025년 건설산업 7대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지속적인 건설 수주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설 기업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4로 공사비 급증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1월의 100.97보다 30%가량 올랐습니다. 
 
고금리 장기화와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에 건설사의 이자 부담과 미수금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3월 건설 브리프(BRIEF)'에 따르면 건설업체 이자 비용은 2022년 금리 상승기를 기점으로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미수금도 같은 기간 4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정부, LH 통한 악성미분양 매입 나서…"현실성 떨어져" 지적 
 
악성 미분양 증가 등에 따른 업계 불황이 길어지자 정부도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악성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 매입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지난 2월에는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구입 시 디딤돌과 버팀목 등 기금 대출 금리를 0.2% 포인트 인하한다는 방안도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대책의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기관을 통한 악성 미분양 매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LH가 3000가구를 매입하고 CR리츠를 통해 3800가구를 매입하겠다는 대책이 나왔는데 그래도 6800가구 수준에 그친다"며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2009년 당시 미분양 주택 물량이 16만6000가구, 2012년에는 9만가구를 넘은 적이 있는데 당시 정부에서 취득세 감면과 양도세 5년간 한시 면제 혜택을 준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PF 대출 문턱도 높아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도 자금 경색을 겪고 있는데 이를 풀어줄 수 있는 현실적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건설업계, 업계 수익성 확보 총력…정부에 "현실적 미분양 대책 필요"
 
한편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업계 유관 기관들도 업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분주하게 내놓고 있습니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부터 공공공사 공사비 상향, 민자사업 물가변동분 반영 현실화, PF사업 수수료 등 불공정 관행 개선, 표준품셈 개선을 통한 공사비 현실화 등 업황 개선을 위한 성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업계는 여전히 악성 미분양 증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 (사진=뉴시스)
 
협회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올해는 중소형 공사 수익성 확보 대책, PF 시장 연착륙 지원과 전반적인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을 추진해 장기화하는 업계 불황 해소의 단초를 만들고자 한다"며 "그럼에도 건설 불황의 가장 큰 요인인 악성 미분양 해소는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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