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CJ그룹, 승계 시계 빨라진다…지주사 복귀한 허민회 '중심축' 될까

이선호·이경후 실장 식품·콘텐츠 역할 분담
실적 급증한 올리브영 승계 지렛대 역할 전망
오너일가 지분 25.67%…승계·지배구조 재편 핵심 부각

입력 : 2025-04-29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17: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CJ(001040)그룹은 이재현 회장 자녀들이 그룹의 두 축인 식품과 콘텐츠 부문에 자리 잡으며 오너 4세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올리브영이 승계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며 CJ 지주사와의 합병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두 자녀인 이선호·이경후 남매의 역할 분담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이 회장의 측근이자 그룹 내 재무 전문가인 허민회 대표가 10년 만에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그의 역할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CJ그룹)
 
남매 경영 구도 확립…허민회 대표의 ‘컨트롤타워’ 역할 주목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4월 초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식품성장추진실장, 장녀 이경후 CJ(001040)ENM 브랜드전략실장을 대동하고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일본 엔터테인먼트 및 금융·유통업계 주요 인사들과 면담하며 글로벌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두 자녀와 함께 첫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격적으로 경영 석상에 후계자들을 동반하면서 승계 작업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두 자녀가 각각 식품과 콘텐츠 부문을 맡아 분업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거 식품 사업에서 시작해 그룹 전체를 아우른 이 회장과 콘텐츠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 분담과 유사한 구조다. 실제로 최근 CJ 내부에서는 두 사람의 직급을 실장으로 통일하는 등 경영 권한의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선호 실장은 CJ제일제당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글로벌 식품사업 성장 전략 수립과 신사업 투자, 식물성 식품 등 신성장 동력 발굴을 책임지고 있다. 이경후 실장은 CJ ENM의 브랜드전략담당실장이자 음악콘텐츠사업본부 최고창작책임자(CCO)를 겸하며 콘텐츠 부문을 이끌고 있다.
 
동시에 10년 만에 지주사로 복귀한 허민회 CJ 대표가 이러한 남매 경영 체제 안정화에 속도를 보탤 것이라는 평가다. 허 대표는 과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 회장이 구속되었을 당시 비상경영체제를 이끈 인물이다. CJ제일제당 신입공채로 입사해 30년 이상 근무한 ‘순혈 CJ맨’이다. 그동안 위기를 겪는 계열사를 맡아 재무 개선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CJ올리브네트웍스, CJ제일제당, CJ오쇼핑, CJ ENM, CJ CGV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그룹 전반을 이해한 핵심 인사로 꼽힌다. 향후 이선호-이경후 체제로 이어지는 오너 4세로의 원활한 승계를 위한 '관리형 복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CJ는 과거의 위기를 경험하며 허 대표의 역할론이 재조명됐고 지금은 이 회장 이후 다음 체제를 준비하는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라며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지분 및 수익 구조 재편은 CJ가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허 대표는 대외 사업 부문을 챙기는 경영 대표로서 CJ그룹 사업 전체의 방향을 잡고 있다”면서 “각 계열사 대표를 거쳤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유기적인 소통이 가능해 전체적인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승계 작업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올리브영 '알짜 실적'으로 승계 중심축…지분 구조 개편 가능성 주목
 
아울러 오너 4세 경영 승계의 중심으로 단연 올리브영이 꼽힌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매출액 4조793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상승했다. 현금성 자산 역시 600억원에 이르는 견고한 재무 상태를 자랑한다.
 
반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7조5982억원으로 전년(7조8426억원) 대비 다소 정체됐으며,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CJ ENM 역시 지난해 매출 5조23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과거 수준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그룹 내 유일하게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올리브영이 승계 재원 마련과 그룹 전체 수익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의 지분 구조는 CJ가 51.15%, 이선호 실장이 11.04%, 이경후 실장이 4.21%로 그룹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오너일가 지분은 25.67%에 달한다.
 
CJ 내부에서는 올리브영을 CJ 지주사에 흡수합병하거나 포괄적 주식교환, 역합병 방식으로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당초 IPO(기업공개)를 통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았으나, 이미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오너가에 돌아가는 배당 수익이 높고, 계열사 간 최근 중복상장 이슈가 민감해진 만큼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계열사 중 유일하게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올리브영이 승계 자금 마련은 물론, 그룹 전체의 수익 기반 역할까지 맡게 된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허 대표는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선호·이경후 남매를 보좌하는 실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세금 이슈 등을 고려할 때 올리브영 IPO보다는 CJ와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면서 “올리브영의 가치는 최소 6조~7조원 이상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CJ가 올리브영의 IPO보다는 합병 방식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라며 "IPO를 염두에 뒀다면 외부 지분을 굳이 내부화할 이유가 적고, IPO를 하더라도 지분 처분을 통한 투자 자금 회수와 이후 CJ 매입 전략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세금 부담이 크게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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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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