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미국에서 연간 27만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 질환, 패혈증. 우리나라에서도 사망 원인 9번째로 인구 10만명당 15.3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 이 패혈증에 맞서 인공지능(AI)이 생명을 지키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수치 사리아(Suchi Saria)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 플랫폼이 미국 내 수십개 병원에서 패혈증 사망률을 18% 낮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치 사리아 교수는 컴퓨터 과학·의료정책·의료시스템정보학 등을 넘나드는 융합 전문가입니다. 그녀가 개발한 ‘표적 실시간 조기 경보 시스템(TREWS, Targeted Real-Time Early Warning System)’은 전자건강기록(EHR)과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의사들이 기존 방식보다 평균 2시간 더 빠르게 패혈증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조기 진단이 생명과 직결되는 패혈증 특성상, 이는 혁신적인 성과입니다.
사리아 교수는 “발열, 혼란 등 패혈증 증상은 다른 질환에서도 흔히 나타나 놓치기 쉽다”라며 “진단이 1시간만 늦어도 환자의 생사가 갈릴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존스홉킨스대 수치 사리아 교수. (자료= 존스홉킨스대)
병원 현장서 90% 도입…입원 기간도 단축
TREWS는 의료진의 기존 업무 흐름에 자연스럽게 통합됩니다. 구조화된 실험실 수치, 생체 신호, 의사 소견 등 비정형 데이터를 모두 분석해 고위험 환자를 조기에 식별하고 적절한 치료 프로토콜을 제안합니다. 이 시스템은 환자 퇴원까지의 전 과정을 간소화하며, 병원 간 인력 이동이나 교체가 잦은 환경에서도 연속적인 치료를 가능케 했습니다.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9805건의 분석을 통해 식별된 패혈증 사례 중 조기 탐지 도구는 높은 민감도(패혈증 사례의 82%를 식별)와 높은 채택률을 달성했습니다. 시스템에서 발생한 모든 경보의 89%가 의사 또는 고급 실무자에 의해 평가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의 조기 진단은 환자 예후를 개선해 도입 이후 평균 입원 기간을 단축하고 중환자실 사용률을 10% 감소시켰습니다.
패혈증 바로 알기 카드 뉴스. (자료= 질병관리청)
“트럼프 정부의 의료 분야 예산 삭감 방침에 우려”
사리아 교수는 2017년 조카를 패혈증으로 잃은 후 이 질병의 파괴적인 영향을 막기 위해 투쟁해왔으며, 타임(TIME) 등 주요 매체에서 의료 분야 AI 연구로 인정받았습니다. 컴퓨터 과학, 생물통계학, 의료 시스템 정보학, 의료 정책 및 관리 분야 부교수인 사리아는 TREWS와 같은 혁신은 고립된 상태에서 발생하지 않으며, 의도적인 투자와 비전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녀는 “지금 의료진은 역대 최대의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으며, 환자들은 더 나이 많고 병도 복잡해지고 있다”라며 “AI는 의료의 인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치료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AI 기술이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다”라고 강조합니다.
사리아 교수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 국립과학재단(NSF) 등 연방 연구기금에 대한 예산 삭감이 논의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합니다. 그녀는 “존스홉킨스 대학과 같은 기관은 환자 치료의 경계를 확장해온 곳으로, (예산 삭감으로) 혁신 능력 감소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의료 기술이 정체되어 의료진 부족, 환자 복잡성 증가, 시스템 전반의 자원 제약과 맞서지 못하게 되는 혁신 격차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지속적인 투자는 선택이 아니다. 이는 우리 의료 시스템이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라며 “패혈증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의 꾸준한 투자와 지원 없이는 TREWS 같은 혁신은 결코 병상에 도달할 수 없다”고 의료 혁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을 강조합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