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등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상장 재추진을 위한 구조 개편을 동시에 진행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일본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30%를 우선 인수한 뒤 향후 1~2년간 최대 50% 이상으로 지분을 확대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전체 거래 규모는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2024년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원, 자기자본 약 1조8995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같은 해 순이익은 80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자산 기준 업계 1위 사업자로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추는 데 있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인수를 계기로 금융그룹으로서의 외형을 확장하고 지배구조도 상장에 적합한 형태로 정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교보생명은 이미 증권·자산운용·손해사정 등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계열사 수와 업종 다양성 측면에서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 충족에는 일정한 보완이 필요했던 상황입니다. SBI저축은행 편입은 그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수익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번 구조 개편은 IPO 재추진 흐름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교보생명은 2021년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나 이듬해 7월 미승인 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상장 불발의 주요 사유는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 간의 풋옵션 분쟁에 따른 지배구조 불확실성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전환된 건 지난 3월 SBI홀딩스가 어피니티 측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하면서부터입니다. 어피니티의 지분이 제3자로 넘어가면서 양측 간 갈등은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고 시장에서도 IPO 재추진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풋옵션 관련 국제중재재판소(ICC) 판정 이후의 절차가 일부 남아있지만, 핵심 이해관계자 간 법적 갈등이 정리되면서 상장에 필요한 최소 조건은 갖춰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SBI 저축은행 인수 여부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금융지주사 추진을 위해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손해보험사, 캐피탈, 저축은행 인수 대상을 1년~2년 전부터 물색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사옥. (사진=교보생명)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