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세아제강, ESG 성과에도 등급 하락…깜깜이 평가 '논란'

제도적 ESG강화 등 바탕으로 전반적인 평가 개선
평가 하향 항목 소수 불과…통합 등급 하락 '의문'
평가기관 세부 평가항목 비공개 문제 지적

입력 : 2025-04-29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17:3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선제적인 ESG경영을 지속 중인 세아제강(306200)이 지난해 ESG평가 중 다수 항목에서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낮은 평가를 받아 의문이다. 평가기관이 세부항목에 대한 가중치 등 평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까닭에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평가 항목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공개해 기업이 구체적인 ESG전략을 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세아제강)
 
전반적인 평가 개선에도 등급 ‘하락’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세아제강의 자산총계는 1조8238억원으로 2조원 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아제강은 선제적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2022년부터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해 이사회를 꾸렸다. 현행 제도상 자산총계 2조원 이상 기업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치 및 여성 사외이사 영입이 의무사항이지만, 자산이 2조원 이하인 기업은 아니다. 이에 세아제강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세아제강의 ESG평가 결과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전반적인 부문에서 전년대비 개선됐다. 개선된 평가 항목이 후퇴한 항목보다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정확한 수치로 이를 평가할 수 없다. ESG평가 기관은 대상 기업에게만 평가 점수를 제공한다. 이에 외부인은 방사형 그래프 등 시각적 자료를 통한 대략적인 평가 결과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선 혹은 악화 여부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항목별 개선 여부를 확인한 결과 요약보고서상 내용과 실제 평가 내용은 일치했다. 요약보고서상으로 대략적인 항목별 ESG 개선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세아제강의 요약보고서를 살펴보면 이사회의 독립성 등 거버넌스, 위험관리, 이해관계자 소통, 안전보건 등에서 평가 결과가 개선된 것으로 파악된다. 2023년 대비 평가 성과가 후퇴한 항목은 환경 부문 운영과 성과, 공정운영 관행(공정한 비즈니스 관행 실천) 뿐이고, 나머지는 2023년과 2024년의 평가 결과가 동일했다. 
 
전반적인 평가 항목에서 개선된 모습이지만 세아제강의 종합 ESG등급은 하락했다. 한국거래소 ESG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세아제강의 ESG등급은 B+등급으로 이는 2023년(A등급) 대비 한 단계 하락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체적인 평가항목, 평가항목당 가중치를 알 수 없어 등급 하향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평가를 받는 기업도 개괄적인 평가항목, 평가방법론 외에 평가항목별 점수만 통보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SG등급 하락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태다. 향후 ESG강화 전략을 수립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평가 기준 등 정보 공개 안해…개선전략 수립도 어려워
 
철강업계에 따르면 평가기관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된 탓에 전략 수립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철강산업은 광물에서 철강 제품까지 공급망이 여러 단계를 거치는 등 공급망이 복잡하고, 그 과정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 수가 많기 때문에 ESG전략 수립이 쉽지 않다. 공급망 전 과정에 ESG 기준에 입각해 사업을 하는 것도 어렵고, 많은 이해관계자의 갈등 등을 조정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전략 수립 자체가 어려운 가운데 구체적인 ESG평가 결과를 알 수 없으면 전략을 정비하기 어렵다.
 
국내 ESG평가기관은 기업에게 종합 등급, 항목별 점수 등 일부 정보만 통보할 뿐이고, 왜 그러한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결과를 통보받는 기업은 피드백이나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수준에서만 평가결과에 대응할 수 있을 뿐이다. 기업은 평가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ESG가 기업 경영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는 점차 커지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은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평가업계는 세부적인 평가항목이 공개될 경우 기업의 ESG개선이 형식적 행위로 전락할 수 있어 평가 가중치 등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업이 ESG등급 상승에 영향을 주는 항목만 선별적으로 개선하고, 나머지는 도외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이유로 폐쇄적인 평가 방식을 고수할 경우 신뢰도 저하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아직 신뢰도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23년 금융위원회 주도로 ESG평가에 대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발표됐지만, 현재까지 실효성은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전히 평가기관들이 ESG평가 제고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나온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8곳 중 52%가 평가 방식이 투명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철강업계는 철강업계에서 벌어지는 사고 등이 ESG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ESG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근거 등을 얻기 어려워 특별한 사건이 없다면 ESG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평가기준들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다수의 기업들이 ESG전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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