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의 전·현직 경영진을 대상으로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소송의 문턱이 낮아집니다. 2020년 도입된 다중대표소송제도를 국회가 손질 중입니다.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회사 돈으로 5000억원 넘게 배상한 신한투자증권이 첫 다중대표소송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정 비율의
신한지주(055550) 주주들이 모일 경우 신한투자증권 전현직 이사를 상대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9일 금융투자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이사와 경영진에 책임을 물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의 다중대표소송 요건을 제정하는 법률안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현정 의원은 개정안 취지에 대해 "다중대표소송 제도가 도입됐지만, 기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대표소송 요건과 비교해 지분 요건이 까다로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국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금융회사의 다중대표소송 요건을 완화해, 금융회사 건전성을 제고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정 의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 제33조(소수주주권)의 6항을 신설해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금융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만분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유한 자'가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바꾼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주주대표소송 요건이 상법상 상장회사 대표소송 요건의 10분의 1인 점을 고려해, 이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 다중대표소송에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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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해당 회사뿐 아니라 자회사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됐습니다. 금융회사에 대한 소 제기 요건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상법(0.5% 지분 보유)이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2020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없습니다.
다중대표소송의 경우 최종적으로 전·현직 이사들에 손해배상 판결이 나올 경우 그 배상금은 회사로 귀속됩니다. 회사에 해당 금액이 귀속되면 건전성 지표 등이 개선돼 결국 주주들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손해배상금이 주주들에게 배분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공익적 소송에 속합니다. 유사한 사건의 재발방지 기능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신한투자증권, 환매중단 사모펀드 중 26% 판매
이같은 규정이 개정되면, 금융사 전·현직 임원에 대해 대해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신한지주의 주주를 모집해 신한투증권과 신한은행의 전·현직 이사진을 상대로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계획입니다.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등과 관련해 금융회사나 임직원의 불법행위가 확인됐음에도 금융회사 자체의 손해를 회복할 방안이 별도로 논의되지 않아, 다중대표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입장입니다.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은 "다중대표소송은 지분 요건이 높아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규정이 완화되고 원고만 모집 가능하다면 당연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중대표소송의 소멸시효는 10년으로 소 제기 청구시한은 아직 남아있다는 판단입니다. 28일 기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모인 신한지주 주주는 약 0.0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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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개혁연대가 신한투자증권에 주목하는 이유는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해외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제외)를 판매한 금융회사(29개사)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판매하고 또 배상한 금융사이기 때문입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환매중단된 사모펀드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이 1조2500여억원을 판매해 29개사 전체 판매액(4조8000억원)의 26%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이 신한은행(5345억원·11.08%)입니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을 포함한 신한지주 계열사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의 37%, 1조7900억원을 판매한 셈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들 중에서 가장 많은 6315억원을 배상했습니다. 신한은행은 3303억원을 배상해 두 번째로 많이 배상했습니다. 신한의 두 자회사가 직원의 불법행위와 내부통제 부실로 금융권 전체 배상액의 39%,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을 배상한 것입니다. 상법 개정안과 더불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및 소액주주권 회복을 위한 일련의 국회·시민단체 움직임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은 "법안이 검토되는 과정에서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입장표명을 거부했습니다.
여의도에 위치한 신한투자증권 본사 (사진=신한투자증권)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