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익 쏠림 여전한 금융지주…사업 다각화 '공염불'

입력 : 2025-04-28 오후 2:05:58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순익이 5조원에 근접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사업 다각화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수익 구조를 따져보면 여전히 은행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해마다 강조하고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호실적 배경엔 이자이익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늘었습니다. 올 들어 지주들이 5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성적을 달성한 것은 은행 예대금리차 확대에 따른 이자 이익 영향이 큽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빨리 내리면서 이자마진이 늘어난 영향입니다. 이자이익만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3조2622억원으로 2.9%,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는 2조8549억원으로 1.4% 늘었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2조2728억원)와 우리금융지주(316140)(2조2520억원)도 각각 2.3%, 2.4%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 증가에도 금융지주들은 방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수익 구조가 이자이익에 집중되어 있어서입니다. 고금리 기조가 끝난 만큼 장기적으로 은행 핵심 이익 성장세를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KB금융(105560)은 은행을 제외한 증권, 손해보험, 카드, 라이프생명 등 비은행 부문의 이익이 전체의 42%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 사태 이후 은행 수익창출력이 정상화된 상황에서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16.3%로 지난 2023년 4.7%로 급락한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분 기여도는 29.1%로 1년 전보다 5.4%p 감소했습니다. 규제 영향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카드와 캐피탈 부문의 실적이 나빠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지주 실적에서 은행들의 영역이 계속 넓어지는 이유는 이자 장사에서 남는 돈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기준금리 인하기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전 분기보다는 높거나 비슷했습니다. 통상 금리 하락기에는 은행 수익성이 나빠지지만 이번엔 은행들이 발 빠르게 예금금리를 내리고 대출금리는 찔금 내린 영향입니다.
 
"은행만으론 성장 한계"
 
KB금융 NIM은 1분기 기준 2.01%로, 작년 1분기(2.11%)보다는 낮지만, 전분기(1.98%)보다는 높아졌습니다. 신한금융(1.91%)과 우리금융(1.70%)도 작년 1분기(2.00%·1.74%)보다는 내렸으나, 전 분기(1.86%·1.66%)보다는 올랐습니다. 하나금융은 1분기 1.69%로 작년 1분기(1.77%)보다 내렸지만, 전 분기(1.69%)와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보면 그 만큼 비은행 계열사들이 발맞춰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금융권 내 비은행 부분의 핵심인 보험과 증권사들이 금융그룹 내에서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금융지주의 은행 이익 쏠림 심화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지난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98.5%에 달해 비은행 강화가 5대 금융지주중 가장 절실한 상황입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우리금융만큼은 아니지만 각각 81.8%와 89.8%로 은행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경쟁사인 KB금융(64%)과 비교해 약 20%p 가까이 차이가 나는 수치입니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 회장들은 끊임없이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지원과 성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이 수차례 보험 등 사업 역량이 떨어지는 분야에서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도리어 은행을 중심으로 한 사업 구도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각 금융지주 리더들의 외침은 무색해진 현실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지속 하락하고 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2분기 이후로는 NIM이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비은행 또는 비이자 포트폴리오를 갖추지 않은 금융사는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견조한 이자이익 덕분에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서울시내 한 은행 외벽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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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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