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28일 월요일 아침부터 SK텔레콤 고객들의 전언이 쏟아졌다. 지난 주말동안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신청자가 몰려 가입이 불가능했다는 하소연들이다. 이날 아침에도 접속을 시도해 봤지만, '대기자가 8만명을 넘는다', '17만명을 넘는다' 하는 증언이 연이어 들려온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을 어려워하는 부모님들을 대신해 접속을 시도했다는 경우도 상당수다. 전국 곳곳의 아들딸들이 팔걷어 붙이고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모습이다.
오프라인도 전쟁터긴 마찬가지다. 유심보호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늘자 SK텔레콤이 유심 무료 교체를 진행하기로 한 첫 날, 여기저기서 '유심 줄서기'에 바쁜 모습이다. SK텔레콤 가입자는 지난 2월 기준 2300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SK텔레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명까지 합치면 교체 대상자는 2500만명에 달한다. 지난 설 명절 때 귀성객 규모가 3400만명 수준이었는데, 이번 SK텔레콤 서버 해킹 사태로 가히 '민족 대이동'에 비견할 만한 숫자가 온오프라인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수도권의 한 T월드 대리점에 길게 늘어선 유심 교체 대기 줄. (사진=독자 제공)
자발적 제보자(?)가 된 SK텔레콤 고객들이 보내주는 사진들 중 인상적인 모습이 있었다. '유심 줄서기' 사진인데, 긴 행렬 속 전동휠체어를 탄 한 시민이 눈에 띄었다. 전 국민이 모바일을 소지하고 다니는 시대, 통신 보안 리스크는 남녀노소, 노약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새삼스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모바일 플랫폼 세상에서 살고 있고, 통신은 이 플랫폼 세상을 가동시키는 핏줄 역할을 한다. 통신이라는 이름의 핏줄에 바이러스가 침투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일상이 뿌리째 흔들릴지도 모른다.
금융, 증권, 가상자산, 쇼핑, 교통 등으로 얼기설기 엮인 모바일 플랫폼 그물망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다. 국내 대표 포털에서 '모바일'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뉴스 검색을 해 보면, 모바일 전자영수증, 모바일신분증, 모바일 상품권, 모바일뱅킹 등의 단어를 앞세운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 사이사이로 AI라는 글자도 틈틈이 고개를 내민다. 바야흐로 모바일은 AI와도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돼가고 있다. 통신은 바로 이 모든 것을 연결시키고 있는 매개체인 만큼, 통신 보안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민간기업인 통신사들이 최근 내세우는 탈통신이라는 키워드를 정부는 경계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첨단기술로 AI 공든 탑을 쌓아간다 한들 네트워크가 허술하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AI도 보안 빈틈 없는 통신이라는 반석 위에 쌓아올릴 때 제 가치를 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때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