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은커녕…'트럼프 스톰'에 세계경제 대혼돈

'트럼프 입'에 금융시장 롤러코스터…달러·주식·채권 '요동'
'미국 우선주의' 관세 정책에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입력 : 2025-04-28 오후 5:07:3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29일(현지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시간은 '혼란'과 '혼돈'으로 요약됩니다.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집권 2기 들어 더 노골적이며 과격해졌습니다. 그의 세계에는 동맹도, 적도 없었고 오로지 '미국과 나머지'만 존재했습니다. 예외 없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자유무역에 기반한 국제 통상 질서를 뒤흔들며 극단적 보호무역 체제로 돌려놨습니다. 세계 경제는 '트럼프 스톰'에 혼란과 충격으로 휩싸였고 그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실시간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특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유례없는 관세 전쟁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글로벌 경기 침체의 위험마저 높였습니다. 전광석화처럼 지나간 100일간의 공습은 아직 남아있는 임기 3년9개월간 펼쳐질 미래마저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행정명령, 바이든 '3배'전 세계 찌른 '관세'
 
27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관보(Federal Register)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이후 총 137건의 행정명령에 사인했습니다.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100일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의 3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또 트럼프 1기 행정부 첫 3개월간 서명한 행정명령보다도 100건 이상 많습니다. 그가 쏟아낸 각종 대내외 정책은 8년 전 1기 때보다 더욱 공격적이었고, 전례 없는 빠른 속도를 보여줬습니다.
 
분야별로는 경제가 38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 중 절반(19건)이 관세와 관련 있었습니다.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줄곧 말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보다 더욱 강력하게 '관세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시작은 관세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월 초 불법 이민자 및 펜타닐(합성마약) 등 마약의 미국 유입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물리려다 미뤘고, 지난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이달 3일부터 자동차에 각각 25%의 품목별 관세를 매겼습니다. 지난 5일부터는 전 세계를 상대로 10% 기본관세를 시행 중입니다. 
 
특히 화룡점정은 국가별 상호관세입니다. 지난 2일 미국은 무역 적자를 보고 있는 나라들을 상대로 오로지 수입액 대비 무역 적자 비율만 따져 세율을 책정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발표했습니다. 자의적인 산법과 기준 없는 셈법에 전 세계는 경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유럽연합, 일본, 인도 등에는 추가 관세를, 중국에는 145%라는 초고율 관세를 각각 적용하며 무역 전쟁을 본격화했습니다. 중국은 125% 보복 관세로 맞서면서 미·중 갈등은 출구 없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달았습니다.
 
미국 자산 믿음마저 뒤흔든 관세 정책 '역풍'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곧바로 전 세계의 자유무역 통상 질서를 무너뜨렸습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불확실성, 실망, 정부 불신 등이 겹치며 미국 주식·채권 시장은 폭락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9일 발효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 트럼프 2기의 지난 100일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물론, 세계 금융시스템의 근간인 미국 자산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어놨습니다. 뉴욕 증시의 간판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등 주가는 약세장을 면치 못했고, 달러는 4년 만에 최저까지 밀렸습니다. 2기 임기 시작 이후 S&P500은 거의 11%가량 하락해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더 나쁜 성적을 기록했으며,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4월 들어서만 6% 가까이 추락하며 놀라운 하락 속도를 보여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마저 흔들렸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첫째 주 벤치마크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20년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습니다. 채권 금리 급등은 가격 급락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미국 국채를 많이 팔아 치웠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주식은 물론,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까지 떨어진 '트리플 약세'는 세계의 자본이 미국을 상대로 가져온 신뢰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전역에 퍼지는 '경기 침체' 그림자 
 
관세 위협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가능성마저 높였습니다. 현재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보복 조치 촉발을 우려해 미국과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위축으로 정의되는 침체 확률을 45%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황금의 시대'에 대한 장밋빛 기대보다 유례없는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시에나대학과 함께 전국 유권자 9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2기를 가장 잘 묘사한 단어로 응답자 66%가 '혼란스러운'을 꼽았습니다.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국제 안보와 자유무역 질서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 패권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음마저 울립니다. 캐나다 자산운용사인 BMO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의 비판 라이 책임자는 "달러가 국제 무역·금융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 대한 신뢰와 예측 가능한 외교 정책 등 때문"이라며 "지금은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행보에 대해 "경제와 관료제, 문화, 외교, 심지어 미국이라는 국가의 이념까지 뒤집으려는 혁명적인 접근"이라며 "(이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으며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요소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 마린 원을 타고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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