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SK텔레콤, 유심 해킹에 '7조 손실' 직면…AI 투자도 빨간불

과기정통부 강력한 행정 지도 예고로 위약금 면제 불가피
유심 교체 비용 400억·과징금 5000억원에 현금 축소 전망
현금 2조원 달해 과징금 등 부당 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변경 불가피

입력 : 2025-05-1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5월 9일 18:3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조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가입자식별장치(유심·USIM) 해킹 사고 이후 위약금 면제로 7조원대 손실이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는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이날 과학기술정통부(과기정통부)가 강력한 행정 지도를 실시해 가입자 이동 시 위약금 면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비용과 과징금 등으로 현금 곳간이 줄어들어 향후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고개 숙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텔레콤)
 
과기정통부까지 나선 행정 지도…"위약금 면제 피할 수 없어"
 
9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SKT) 해킹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행정 지도를 실시했다. 일일 브리핑을 통한 투명한 정보 공개, 유심 물량 안정화 시점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신규 모집 중단, 이용자 피해 보상 등이다. 이용자 피해 보상 방안에는 위약금 면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SK텔레콤은 위약금 면제를 확정하기엔 다소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행정 지도로 위약금 면제로 인한 손실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위약금 면제 시 이용자 당 평균 위약금이 1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250만명이 통신사를 옮긴다고 가정했을 때 손실은 최소 2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8일 열린 청문회에서 유영상 대표는 위약금을 면제하면 이탈 인원이 최대 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약금에 더해 가입자 감소에 따른 매출 감축까지 감안하면 3년간 7조원 이상의 손실도 예측된다.
 
이미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다른 통신사로 갈아탄 가입자는 26만명에 이른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7일까지 SK텔레콤에서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26만2890명으로 추정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위약금 면제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법적 검토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의 강력한 행정 지도는 예측된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번 유출 사태에 SK텔레콤의 과실이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SK텔레콤은 국내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유심 인증키를 암호화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은 타사에 비해 정보보호에 대한 투자도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SK텔레콤 정보보호 투자비는 약 600억원에 그쳤다. KT 1218억원, LG유플러스 632억원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다만, KT와 LG유플러스는 유선 통신 비용까지 합친 금액이기 때문에 유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SK브로드밴드까지 합치면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비는 827억원을 기록했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단말기 구매와 관련된 위약금은 감가상각도 고려해 이용자가 부담하는 게 맞겠지만, 통신비 이용 요금에 대한 위약금은 물어줘야 된다고 본다”라며 “인당 평균 위약금이 10만원이어도 평균 요금이 3~4만원이라고 하면 짧으면 3개월, 길면 4개월 혹은 반 년 안에 회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위약금이 아니더라도 요금 할인이나 서비스 등 그에 준하는 보상책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징금만 5300억원 추정·AI 투자 지속할까
 
아울러 SK텔레콤은 유심 무상 교체 비용과 대규모 과징금으로 인해서 현금 곳간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SK텔레콤이 보유한 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원대에 달해 과징금 납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AI 투자에 대한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유심 교체 비용은 약 400억원으로 추산된다. 10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추정 원가 4000원 상당 유심을 교체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과징금도 5000억원을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기준이 '관련 매출의 3%'에서 '전체 매출의 3%'로 바뀌었다. 지난해 SK텔레콤 매출이 17조9406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3%를 적용했을 때 과징금 규모는 5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이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237억원을 기록해 유심 교체 비용 부담과 과징금 납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텔레콤은 오는 2028년까지 AI 데이터센터에 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계획했다. 지난해 기준 유동비율은 81.05%로 유동성은 저하된 상태라 투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에 따르면 유심 교체 비용 등은 마케팅비에 반영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광고선전비는 2022년 2524억원, 2023년 2358억원, 지난해 1863억원으로 줄어든 바 있다. 여기에 유심 무료 교체 비용이 반영된다면 광고선전비는 다시 2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영업비용이 늘어나 수익성은 다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K텔레콤 영업이익률은 10.16%로 전년 9.96%에서 두 자릿수로 올라선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아직 과징금이 결정된 게 아니고 그것을 대비해 현재 투자 전략을 변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에 AI 분야와 신성장 사업에 대해 투자하기로 한 부분은 현재로서는 변동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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