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12·3 내란 사태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장만 60명입니다. 이른바 '내란 알박기 인사'인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권을 잡을 경우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인사 교체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출범하는 탓에 불편한 동거 상태가 더 길어질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란 정권의 '알박기'…윤핵관·검핵관·모피아 '중심'
2일 <뉴스토마토>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의 임원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비상계엄 이후 새로 선임된 공공기관장은 총 60명입니다. 344개 공공기관(본부기관 331개·부설기관 13개) 중 17%를 차지합니다.
이 중 57개 기관장은 국회가 윤씨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난해 12월14일 이후 임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씨 직무가 정지되자, 권한대행 체제에서 기관장 임명에 속도를 붙였다는 분석입니다.
윤석열씨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처 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한 인사들을 급히 챙긴 모양새입니다. 실제 이들 가운데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 대통령실 참모, 국민의힘 의원 출신 등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한국석유관리원장엔 국민의힘 전직 의원, 한국환경공단이사장엔 윤석열정부의 첫 국정과제비서관, 창업진흥원장엔 대선 특별고문이 임명됐습니다. 해당 기관 전문성과 거리가 먼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처럼 우수수 자리를 꿰찬 겁니다.
특히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직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고려대 법학과 동문인 김영진 김앤장 변호사를 임명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대검 조직범죄과장 등을 지낸 '깅력통'입니다. 새 정부 출범을 50일 가까이 남겨 둔 상황에서 사실상 검찰에 보은성 인사를 한 셈입니다.
알박기 인사는 '대행의 대행의 대행'인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지난달 7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에 정정훈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임명했습니다. 임기가 불과 한 달인 권한대행의 알박기도 논란인데, 정 전 실장은 90조 세수 펑크의 책임을 져야 할 기획재정부 관료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지난해 12월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무회의실에서 현안 논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박기 인사' 청산 예고… "집권 후 본격 추진"
정권 교체기마다 '알박기 논란'이 어김없이 반복됩니다. 그러나 초유의 내란사태를 일으킨 정권에서, 대통령 파면을 염두에 두고 자행한 공공기관장 인사는 사실상 '내란 알박기'입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투자·출자하거나 재정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장은 3년 임기가 보장됩니다. 새 권력으로선 국정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이들 기관도 정부 못지않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24곳으로, 전체의 7.3%뿐입니다. 임기는 끝났지만 직을 유지 중이거나, 올해 12월까지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은 55곳입니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연내 기관장 교체가 가능한 곳은 총 79곳, 전체의 23.9% 수준에 그칩니다.
윤석열정권과 사실상 정체성을 공유하는 이들이 공공기관을 장악하면서, 민주당은 이들을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고 퇴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 최측근인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민주당이 공공기관 개혁을 국정운영의 핵심 과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후보는 당선 시 이르면 이달 내 공공기관 개혁의 신호탄으로 '알박기 인사 청산'에 착수한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하나로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관련 입법 논의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공공기관장 임기를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대통령 임기 종료 3개월 뒤에 공공기관장 임기가 자동 종료되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장 임기 단축 및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는 개정안에 관해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자리 외 통상적 공공기관장은 임기 3년 '또는' 임명권자 임기까지로 바꿔서 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임기를 조정하면 소급 입법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지금은 새 임명권자에게 신임을 묻는다는 조항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권한을 기존 기획재정부에서 각 주무 부처로 이관하는 안에 관해선 "기획재정부에서 각 주무기관별로 쪼개면 평가 기관과 주무 부처가 같아져 유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기능은 기재부가 아닌 총리실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며 "선수와 심판이 분리돼야 하는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