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개 수영장’이 논란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만찬 이후 공개된 ‘미니 수영장’인데, 사람이 들어가기엔 마땅치 않은 시설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있었던 겁니다.
민주당 측은 윤씨 부부가 개 6마리를 키운 점을 감안해 ‘개 수영장’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윤씨 파면 직후인 4월 4일부터 10일까지 한남동 관저에서 228톤이라는 상수도가 사용됐을 뿐 아니라 윤씨 부부 입주 6개월 후인 2023년 6월부터 수돗물이 최소 1356톤, 최대 2051톤을 쓴 이유가 ‘개 수영장’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윤씨 측은 당연히 반박합니다. 수영장이 아니라 조경을 위한 시설이라는 주장입니다. 2023년 UAE(아랍에미리트) 대통령 답방을 앞두고 차담을 위해 마련한 수조인데, 외빈 방문을 위한 조경 목적이라는 겁니다.
개 수영장이든 아니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세금이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길에 5m에 폭 2m, 깊이는 최고 90cm, 주변은 대리석으로 장식했다고 합니다. 이리저리 고려하면 설치 비용은 최소 수억원은 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많이 잡으면 수십억원도 족히 가능할 듯합니다.
윤씨 부부가 사비를 들여 이 같은 공사를 벌였을 리는 만무하다고 보면, 근로자든 자영업자든 기업가든 대한민국 국민이 뼈빠지게 번 돈을 공돈으로 여기고 막 썼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백번 양보해 UAE 대통령 답방을 앞두고 차담을 위한 장소로 조성됐다고 칩시다. 중동의 부국인 UAE 대통령을 동네 목욕탕의 어린이 풀 정도로 얕은 장소 앞에 의자 깔고 차를 마시게 했다는 것도 ‘거시기’하지만, 그 정도는 외빈 접대를 위한 용도로 쓰였으니 눈감을 만합니다.
윤석열씨가 6월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실제 ‘개 수영장’으로 사용됐다면, 게거품 물 사람 많을 성싶습니다. 개라고 더운 여름철 목욕 못 하느냐는 반론도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푹푹 찌는 여름철 제대로 샤워도 못 하고 수영장 근처에도 가지 못 하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애견 인구가 많고 동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해도 ‘개권’보다 ‘인권’이 우선돼야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드네요.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제대로 조성 목적의 진실이 밝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를 '죽음과 세금'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죽음이 끝나도 후손에게 따라붙는 건 세금입니다. 상속세 등으로 대를 물려 ‘죽어서도’ 받아내려 하는 게 세금입니다.
요즘 힘든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폐업을 해도, 남은 세금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1순위로 뜯기는 게 세금입니다.
이런 세금의 엄중함과 가혹함을 알면 쉽게 공사에 착수하지는 못했을 듯한데, ‘그 부부’에게는 그런 애민 정신이 없었나 보네요. 하기사 그런 것을 바라는 자체가 우리에겐 사치였을 듯합니다.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