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등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나온 가상자산 관련 공약 기대감에 이른바 K-코인 관련 주식들이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발행 근거와 자율규제 제도를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 주가 상승을 부채질했습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다날, 우리기술투자 등 가상자산 관련주들이 이틀째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들의 강세는 이재명 정부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추진과 가상자산 ETF 허용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특히 이날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주가 상승에 불을 당겼습니다. 이 법안에는 디지털자산의 발행, 유통, 서비스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관련 법제를 도입한 나라들과 달리 국내엔 가상자산과 관련한 명확한 법적 기반이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한은 반대해도…도입논의 본격화
스테이블코인은 시세가 통화의 가치를 따르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으로 현재 USDT, USDC, USDS 등 미국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1분기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고팍스)에서 거래된 3종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이 57조원에 달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시장에서는 3종의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처럼 여겨지며 USDT의 경우 항상 코인 거래 상위권에 올라 있습니다.
이에 국내에서도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견이 이번 대선주자들의 공약에 반영됐고 마침내 관련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제도 도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 현물ETF 허용, 거래수수료 인하, ST사업기회 확대 등을 담았습니다. 민주당은 디지털자산위원회를 금융위원장, 민간위원장 2명을 포함한 특별위로 격상해 꾸렸으며 이날 디지털자산기본법도 발의했습니다.
게다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용범 실장은 블록체인 전문투자사 대표 출신에 당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육성 방안을 발표한 적이 있고, 대통령실에 소통비서관으로 간 김남국 전 의원은 코인 투자 이력으로 홍역을 치른 인물입니다. 새 정부 초기부터 이같은 변화가 포착되자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법정통화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거듭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다만 정부 정책을 무작정 반대할 수는 없어 이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한은은 내달 1일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이 행사는 전·현직 금융통화위원의 진행으로 서울대 및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주제를 발표한 뒤 각계 전문가들이 토론할 예정입니다. 한은이 연 행사인 만큼 다양한 반대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고 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변하는 흐름을 거스르기는 버거운 분위기입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디지털자산 관련 참석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두나무 등 주가 반응 시작돼
물론 제도 도입에 긍정적 변화가 있어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규모와 신용도 확보 등 시장에 도입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을 거쳐야 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분위기 변화에 민감한 시장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9일 주식시장에선 카카오페이가 상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10일에도 15.96% 급등세를 이어갔습니다. 다날은 이틀 연속 상한가 랠리를 펼쳤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상 전자상거래와 결제, 디지털지갑 등 플랫폼을 구축하고 결제시스템을 만드는 기업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수혜가 예상됩니다. 카카오페이의 급등에 카카오와 카카오뱅크까지 덩달아 올랐습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경우 전체 코인 거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장외 주가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두나무는 비상장주식이지만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인도 매매가 가능한 종목이어서 비상장주식 앱 등에서 거래할 수 있습니다.
장외주식업체 증권플러스비상장 시세 기준 두나무는 5월 중순부터 대선 이틀 후인 지난 5일까지만 해도 15만원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 장내에서 코인 관련주가 주목받은 9일에 16만원대로 올라섰고, 10일엔 19만원대로 뛰었습니다.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시세 상승은 뚜렷해 보입니다. 주가 19만원에 기준한 두나무의 시가총액은 6조6215억원에 이릅니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두나무에 꽂히면서 두나무의 주요주주 명단에 올라 있는 기업들의 주가도 함께 움직였습니다. 두나무의 지분 10.59%를 보유한 3대 주주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비상장사이지만 이 회사를 100% 지배하고 있는 카카오는 반사이익을 얻게 됩니다. 시총이 6조원을 넘으니 10%가 넘는 지분가치도 7000억원에 달합니다. 앞서 카카오가 급등한 배경엔 카카오페이 외에 두나무도 영향을 준 셈입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비상장기업이지만 각각 4대, 5대 주주인 우리기술투자(지분율 7.2%)와 한화투자증권(5.94%)은 상장사로 두나무의 강세는 곧 이들 주가가 오를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기술투자는 9일과 10일 이틀간 각각 9.30%, 20.08% 뛰었고, 한화투자증권은 11.93%, 2.26% 올랐습니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10일에야 장외시세가 14% 오르며 반응했습니다. 다만 빗썸의 최대주주인 상장사 비덴트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돼 절차를 밟을 예정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