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올인' 이재명정부…최대 과제는 '성장률' 회복

'성장' 방점 찍은 경제정책…추경 등 경기부양 총력전
추경 편성 기대감에…해외 IB, 성장률 속속 상향 조정
경기 하방 위험 '발목'…미국 관세 협상 따라 수출 좌우

입력 : 2025-06-10 오후 4:44:1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이재명정부의 집권 초 경제정책 키워드는 '성장'입니다. 사상 최초로 '0%대 성장'이라는 잿빛 전망을 안고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성장 기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성장 드라이브의 첫 번째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입니다. 추경이라는 응급 처방을 통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내수에 우선적으로 숨통을 틔우겠다는 게 이재명정부의 구상입니다. 새 정부의 추경 편성 기대감에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바라본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속속 성장률 상향 조정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경기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꼽힙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미국발 관세 정책 등 대외 불안 요소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재명표 성장 정책이 동력을 얻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진단입니다.
 
'20조+α' 추경 속도전…성장률 끌어올리기 '안간힘'
 
10일 정치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부처별로 추경사업 요구를 제출받을 계획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에서 "속도감 있게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속도감 있는 추경 편성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2차 추경 편성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추경 규모는 최소 '20조+α(알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날 민생회복과 소비진작을 위해 규모 있는 추경 편성이 절실하다며 '최소 21조원 이상'의 2차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추경 편성이 경제성장률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며 "대선 직전 14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마련됐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적어도 21조원 이상의 추경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추경은 사업의 성격, 재원 조달 방식, 집행 시점 등에 따라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달라지지만, 최소 0.1%포인트~최대 0.8%포인트 수준의 경제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거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이 정도 수준으로 추산됐는데,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3% 규모로 추경이 편성되면서 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습니다. 반면 2016년과 2019년 추경은 성장률 제고 효과가 각각 0.1%~0.2%포인트, 0.1%포인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새 정부의 대규모 추경 편성 기대감에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끌어내렸던 해외 IB들도 잇달아 상향 조정에 나서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0.4%포인트 올린 1.1%로 높였습니다. 바클리도 기존 0.9%에서 1.0%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고, 모건스탠리 역시 1.0%에서 1.1%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해외 주요 IB 8곳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월 말 0.78%에서 5월 말 0.84%로 높아졌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하반기 관세 충격 본격화…경기 방향성 좌우
 
문제는 경기 하방 위험입니다. 그간 한국 경제를 짓누르던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제거됐지만,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미국발 관세 부과 여파가 본격화한 가운데, 하반기 관세 협상에 따라 수출 향방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장기간 정책 공백이 맞물리면서 경제 활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정책 동력을 살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6월 경제동향'을 펴내고 "우리 경제는 건설업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관세인상으로 수출도 둔화되면서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달 '경기 둔화' 표현을 추가한 데 이어 이달에는 '경기 전반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 추가됐습니다. 특히 미국 관세 인상 여파로 수출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눈에 띕니다. 실제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고, 일평균 수출 증가율도 1%에 그쳤습니다. KDI는 "미국 관세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부문에서 부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은 하반기 더욱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은행은 이날 4월 경상수지가 5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는 국제수지 잠정 통계를 내놓으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경우 미국 관세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영향은 하반기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3분기 이후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면 미국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국내 수출이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전체 경기를 보여주는 총량경제지표의 흐름에서는 1분기에 경기 저점을 형성하고 2분기에 들어 회복 사이클 초기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부문별로는 대부분 활력이 약해 전체 경기 회복세의 강도는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대외 여건인 대미 통상 협상 결과 향방과 소비·건설투자 등 정책의 내수 경기 진작 의지에 따라 경기 방향성과 회복력의 강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회의를 주재하고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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