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각지대)②(단독)"나도 모르게 내가 인터넷에"…불법 촬영 기승에도 검거율 11%p↓

성폭력 범죄 검거율 하락세…2020년 95%→2024년 90%로 떨어져
'불법 촬영' 검거율 동기간 11% 포인트 급락…'피의자 특정 어렵다'
검거율, 경찰 '의지'에 달려…딥페이크 집중단속 땐 검거율 2.6배↑

입력 : 2025-06-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최근 5년 동안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검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0년 95%였던 검거율은 2024년 90% 수준으로, 약 5%포인트 준 겁니다. 특히 같은 기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의 검거율은 11%포인트 가까이 줄었습니다. 불법 촬영 기술이 점점 교묘해지고 범죄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검거율이 낮아진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디지털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성폭렴 범죄가 점점 고도화되는 만큼 수사기관의 의지와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검거율은 2020년 95.49%에서 2024년 90.10%로 5.39%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경찰이 검거한 성폭렴 범죄 건수와 검거율은 △2020년 2만8137건(95.49%) △2021년 2만9013건(90.44%) △2022년 3만5656건(88.01%) △2023년 3만4996건(92.70%) △2024년 3만1764건(90.10%)입니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고소를 한 사건 10건 중 9건은 경찰이 사건을 수사해 피의자를 잡아들인다는 뜻입니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를 유형에 따라 △강간·강제추행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통신매체 이용 음란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등으로 분류합니다. 이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검거율이 가장 많이 떨어진 성폭력 범죄는 카메라 등을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찍은 행위입니다. 타인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을 하는 범죄의 검거율은 2020년 94.28%에서 2024년 83.01%로 11.27%포인트나 줄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양부남 민주당 의원실, 경찰청)
  
물론 같은 기간 다른 유형의 성폭력 범죄 검거율도 줄었습니다. 강간·강제추행의 검거율은 2020년 97.06%에서 2024년 95.29%로 1.77%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은 83.10%에서 79.98%로 3.1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의 검거율은 91.69%에서 90.11%로 1.58%포인트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검거율이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성폭력 범죄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이 유일합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의 검거율이 유독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불법 촬영은 점점 교묘해지는데, 범죄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도 "검거라는 건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가 있는 피의자를 특정해서 붙잡았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몰래카메라(불법 촬영물)도 많아 피의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불법 촬영물을 신고하더라도 정확히 누가 그걸 만들었는지 특정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창 딥페이크나 불법 촬영이 이슈가 됐을 땐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인터넷에서 그런 영상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런 경우엔 피해자도 특정이 안 되고, 피의자가 누구인지도 확인이 안 돼서 수사가 중지되는 일이 있었다. 신고 건수에 비해 검거한 건수가 적어지기 때문에 검거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했습니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맞물린 범죄 유형인 통신매체 이용 음란의 검거율이 70~80%대로 낮은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반대로 강간·강제추행 범죄는 검거율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는 처음부터 누가 가해자인지를 알고서 신고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2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이숙영 사이버수사 3대장이 아동·청소년 성착취 등 사이버 성폭력 사범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피해자가 누구인지, 피의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아 수사가 안 되고 검거를 못 한다는 건 수사기관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범죄가 교묘해지고 고도화될수록 수사기관이 더 의지를 갖고 범죄를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딥페이크'·'n번방 사건' 때 경찰은 피해자들한테 '못 잡는다'라고 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언론에서 먼저 이슈가 되니까 그때부터 수사에 의지를 냈다"며 "n번방이 활동하는 텔레그램 측에 계속 자료 협조 요청을 보내면서 검거율이 올라간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은 지난해 8월28일부터 올해 3월까지 '허위영상물 범죄 집중단속'을 진행, 1429건을 수사하고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유포·소지·시청한 963명을 검거했습니다. 하루 평균 4.46명을 붙잡은 셈입니다. 이 가운데 혐의가 중한 59명은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집중단속 전인 지난해 1월부터 8월27일까지는 267명을 검거하고 8명을 구속했는데, 집중단속 기간엔 이전보다 검거 인원과 검거율이 2.6배 이상 급증한 겁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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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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