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AI 키우는 엔비디아…SK하이닉스 절반의 기회

젠슨 황, 영·프·독 등과 협력 확대
SK하이닉스도 수요 증가 가능성
마이크론 등 경쟁사 기회 될 수도

입력 : 2025-06-12 오후 3:21:52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프랑스에서 협업을 선언하는 등 연일 유럽 AI 지원을 강조하며 시장 개척에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에 주요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SK하이닉스에도 수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경쟁업체에 HBM 수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기회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시각) 아르튀르 멍슈 미스트랄 최고경영자(왼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CEO는 지난 1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엑스포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스타트업 축제, ‘비바테크’에 참여해 유럽 AI 인프라 지원을 천명했습니다. 그는 “(엔비디아는) 유럽과 함께 다음 산업혁명을 위한 AI 인프라스트럭처(기초 시설·시스템)를 구축할 것”이라며 기술 연대를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엔비디아와 프랑스가 협업해 프랑스의 AI 인프라, 스타트업 생태계, 양자컴퓨팅 등 광범위한 AI 혁신 전략을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엔비디아가 유럽에서 AI 혁신 지원을 약속한 것은 프랑스만이 아닙니다. 앞선 9일(현지시각)에는 영국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나 △AI 인재 양성 △금융권 대상 AI 실험 환경 제공 등의 협업을 약속했습니다. 아울러 독일에는 첫 산업용 AI 클라우드 플랫폼을 설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와 유럽의 동행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됩니다. AI 경쟁에서 밀려 뒤늦게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는 유럽은 고성능 GPU와 기술력을 보유한 파트너가 필요하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로 수출에 제동이 걸린 엔비디아도 새 시장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엔비디아의 유럽시장 공략은 한국 기업에 호재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엔비디아가 공급할 메모리 칩이 늘어날수록 SK하이닉스가 공급할 HBM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확대는 HBM을 만드는 메모리 업계 플레이어들에게 당연히 수혜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수요 확대가 오히려 경쟁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HBM 수요가 더 커지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등 경쟁사 제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공급해야 할) 물량이 확대되면 SK하이닉스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생길 수 있다. 그때는 다른 기업에 기회가 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종 선택권도 엔비디아에 있습니다. 유럽에서 HBM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제품 선정은 엔비디아 몫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을 특정해서 업체가 들어가려 해도 어떤 메모리가 들어갈지, 누가 우선권을 잡을지는 결국 엔비디아의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이 교수도 “관건은 SK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갖고 계속 공급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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