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10년 전이니까 그렇게 오랜 얘기도 아닙니다. 당시엔 '집 있는 거지'라는 의미로 '하우스푸어'가 신문 지면에 매일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선 번듯한 대기업에 다니지만 주택 대출금 이자를 갚느라 외식도 못 하고 아이들 학원도 못 보낸다는 당시 세태를 사회 문제로 부각했습니다.
5년 전에는 '영끌족'과 '벼락거지'가 등장했습니다. 대출 받아서 집을 사기만 하면 몇 달 새 집값이 수억원씩 오르면서 나온 단어입니다. 이번엔 부모한테 물려받은 돈이 없어, 혹은 금융권 대출 문에 막혀 집을 사지 못하는 사례가 뉴스 단골 소재가 되며 하우스푸어 못지않게 사회적 쟁점이 됐습니다.
주택시장에선 기대심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가 커지면 실수요와 함께 투기 수요도 유입되고, 실제 거래량이 늘며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이죠.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종국에는 '집값 거품론'이 등장합니다.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최근 주택가격 기대심리 추이와 향후 집값에 대한 전망을 했는데요. 전망에 따르면 집값은 지난 2월 99로 바닥을 친 뒤 매달 올라 지난달(5월)에는 111까지 올랐습니다.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다른 심리 지표와 마찬가지로 100보다 높으면 ‘오를 것’, 100보다 낮으면 ‘내릴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은행은 또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실제 집값보다 8달 정도 앞서가는 선행성이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오늘의 기대심리가 8개월 뒤쯤의 주택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주택가격 기대심리는 산업생산, 주가, 금리, 착공 실적 등 거시경제나 정책 여건 전반을 반영해 형성되는데, 변동성도 높지만, 지속성도 강한 특성을 보입니다. 기대심리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크게 출렁일 수 있지만, 한 번 방향이 잡히면 그 흐름이 장기간 유지된다는 겁니다. 이런 특성은 주택시장의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단 형성된 기대심리의 흐름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제 강남 3구·용산구 외에도 광진·강동·영등포 등 이른바 서울 '한강벨트'(마포·성동·강동·광진·동작·성동·영등포)로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선 과천 아파트값이 전고점을 회복했습니다. 서울 외곽지역도 전고점 대비 80% 수준으로 집값이 회복됐단 소식이 들립니다.
성북구 장위동에 1700여 가구로 조성된 꿈의숲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6일 12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센트럴푸르지오 전용 104㎡는 지난 5일 14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2023년 직전 거래보다 7억원이나 올랐습니다. 집값이 꿈틀댄다는 소식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한다는 이른바 영끌족이 다시 등장했단 얘기도 나옵니다.
상황이 급해지면서 새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던질 첫 시그널은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과거를 봤을 때 부동산시장 과열은 정권 기반까지 흔들 만큼 파급력이 큽니다. 이재명정부는 선거 기간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공급 확대'를 큰 줄기로 잡았는데요. 시장을 거스르려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을 새기고 부동산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