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가 첫 부동산 대책으로 초강력 대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 일단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돈줄부터 죄기로 한 것이다. 시의적절한 처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꾸준한 우상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그 불길이 곧 수도권 전역으로 번질 참이었다. 정부가 이를 내버려뒀다면 불과 몇 개월 만에 또다시 전국적인 투기장이 펼쳐질 가능성도 컸다.
이번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 부동산 시장도 거래가 줄고 호가가 꺾이는 등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금 정책을 병행하지 않고도 일단 응급치료를 잘한 셈이다. 이제는 확실한 공급 시그널이 나와줘야 한다. 대출 규제는 주택 수요를 잠시 눌러놓는 역할을 할 뿐 주택시장 정상화의 근본책이 될 수 없음을 과거를 통해 확인해왔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오를 때마다 대출 규제와 세금 정책 등 다양한 수요 억제책을 동원했지만 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규제의 역설'로 가격을 억제하려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을 자극하고 왜곡시켰다. 부동산 정책에서 수요만 억제하는 건 궁극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증명한 셈이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공급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울 수 있다. 현재의 시장 과열 현상도 불확실한 공급 시그널에 기인한 구조적인 문제다. 지표로도 나타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5월 주택 통계를 보면 올해 1~5월 기준 전국 주택 인허가는 11만438가구로 전년과 비교해 12.3% 감소했다. 착공은 7만4276가구로 30.3% 급감했고, 분양(승인)도 5만2982가구로 41.7% 줄었다. 준공(입주) 실적도 16만5496가구로 9.9% 감소했다. 공급 전 과정에서 동시다발적인 위축이 나타났다.
신축 아파트와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유독 집값이 높게 형성된 것은, 향후 수년간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택 공급 부족이 화두가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단기적 규제보다는 지속적인 공급 확대가 핵심이다.
아파트 공급 탄력성은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 아파트가 착공에서 입주까지 걸리는 시간은 적게는 3년에서, 많게는 15년에 이른다. 이번 정부에서 시작된 공급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건 통상 차기 정부에서다. 일관된 공급 활성화 시그널이 중요한 이유는 시장 예측이 가능해 참여자들이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신도시·유휴부지 개발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공임대·공공분양 확대 등 '공급 중심'이었다. 정부는 단기 시장 조정이 아닌, 장기 주거 안정과 경제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국정의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주택시장이 다시 정상화될 수 있다.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본다.
강영관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