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철강업계 1위 포스코가 장기 불황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안팎의 위기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에 나서며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나날이 높아지는 관세 장벽에 대응이 녹록지 않습니다. 여기에 정권의 입맛에 따라 회장의 운명이 결정돼 온 ‘흑역사’를 볼 때, 정권 교체 뒤 정치적 외풍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뒤숭숭한 모습입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모습 (사진=포스코)
16일 업계에 따르면 장 회장은 오는 17~18일 미국 뉴욕에서 철강 전문 분석기관 월드스틸 다이내믹스(WSD)와 미국철강기술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합니다. 공급 과잉과 수요 침체, 그리고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포럼에서 장 회장은 연사로 나서는 한편, 주요 철강 기업 관계자들과 통상 현안을 논의하고 네트워킹에 주력할 전망입니다.
장 회장이 직접 통상 돌파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포스코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이 지난 4일부터 철강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2배 인상한데 더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조건부 인수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관세 문제 해소를 위해 현대제철과 현지 제철소를 건립하기로 결정했지만, 향후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쟁도 불가피합니다.
이러한 글로벌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는 외풍에 대한 우려도 불안 요소입니다. 정권 교체와 더불어 포스코가 또다시 정치적 코드 인사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장 회장은 윤석열 정권기인 지난해 3월 취임했습니다. 이후 업황 부진과 관세 여파 등으로 포스코 실적이 줄곧 하락세를 걷고 있는 점도 부담스런 대목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7.46%)인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교체되는 잔혹사가 이어져 왔습니다. 민영화 이후 9명의 역대 회장 중 임기를 마친 인물은 최정우 전 회장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최 전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요 행사에서 배제되는 등 ‘패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장인화 포스코크룹 회장이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룹 안팎에선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 철강업계가 참석하지 못한 것에 아쉽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참석 대상이 5대그룹으로 한정돼 재계 순위 6위인 포스코가 자연스레 빠진 것이지만, 논의 주제가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통상 현안이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치적 색채가 옅고 조직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포스코맨’ 출신인 장 회장이 이재명정부 실용적 인사 정책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더욱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이제 임기 1년을 맞은 회장을 교체하면 포스코가 수립한 중장기 전략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란 시각도 엄연합니다.
포스코가 스스로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여 온 점도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통해 핵심지표 15개 항목을 준수해 오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 2월 정관을 변경해 회장 재선임 조건을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를 안정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유분산기업의 CEO가 교체되면 전략의 영속성 등이 결여돼 투자자들에게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업이 중장기적 전략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유분산기업의 CEO 선임과 관련해 이사회에서 독립적·투명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업들 스스로 승계 계획과 제도 등을 더 내실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