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에 무기체계를 수출 중인 K-방산의 추가 수출 기회가 커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로 군비가 증강하는 탓에 중동 국가들은 주요 방산 시장으로 꼽힙니다. 특히 미사일과 대공 방어 중요성이 커진 만큼 성능이 준수한 K-방산 분야에는 호재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IDEX 2025’에 참여한 한화그룹의 통합 전시관 조감도. (사진=한화시스템)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은 닷새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이란은 상호 공격 중단과 핵 협상 재개를 원한다는 신호를 제3국을 통해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전달했습니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 재개에 대한 전망이 서지 않으면 핵 프로그램을 가속하고 확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도 함께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미국과 이란은 오만에서 지난 15일 6차 핵 협상을 개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난 12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대규모 선제 공습을 감행한 뒤 이란이 곧바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반격하면서 협상은 취소됐습니다.
과거 서방국가들이 뿌린 비극의 씨앗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발아하면서 중동 지역은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는 ‘세계의 화약고’입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은 대규모 전력 현대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위치해 국방력 증강 필요성이 남다릅니다. 업계에선 육·해·공을 아우르는 사우디의 현대화 사업 규모로 볼 때 수출 물량만 7조원에 이를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유럽산 무기에 의존하던 중동 국가들이 서방의 영향력을 줄이면서 한국산 무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아울러 유럽산 무기의 경우, 유럽 재무장 움직임에 자국 수요를 충당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라 중동 수출까지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실상 성능이 준수하고 신속하게 납기할 수 있는 한국산 무기가 유일한 대체재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올해 초 UAE에서 열린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 방산업체들이 세일즈에 나선 것도 중동 지역의 성장 잠재력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은 K-방산의 주요 수출 지역 중 하나”라면서 “지상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육·해·공 모두 관심이 높은데, 빠른 납기와 패키지 수출을 등을 강조해 수출을 추진 중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이미 중동 국가에서 무기 수출 실적을 쌓고 있습니다. LIG넥스원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는 지난 2022년 UAE를 시작으로 2023년 사우디, 2024년 이라크 등에 수출한 바 있습니다. 약 12조1000억원치 규모로, 중·장거리 유도무기체계와 대공 방어 중요성이 커지면서 천궁-II의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UAE는 한국형 전투기 KF-21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라시드 알샴시 UAE 공군방공사령관 일행은 지난 4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를 방문해 KF-21 등 주요 항공기 생산시설을 시찰했습니다. 특히 시찰단으로 동행한 아잔 알누아이미 AWC사령관은 KF-21을 직접 탑승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KAI는 UAE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중동 시장에서 주력기종 수출을 늘려갈 계획입니다. 이미 KAI는 지난해 이라크에 1357억원 규모의 수리온(KUH)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중동의 많은 국가는 무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필요한 시기에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K-방산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