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선재 인턴기자]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쟁탈전에 나서면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추경)이 난항을 겪을 전망입니다. 원 구성이 늦어져 추경 편성을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성립까지 미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이재명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늦장 예결위 구성에 추경도 '차일피일'
여야는 19일 추경안 심사와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 협의를 재개했지만, 입장 차만 재확인했습니다. 전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이어 이날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협의에 나섰지만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문 원내수석부대표는 "원 구성 협상은 1년 전 1기 원내지도부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원 구성 협상 당시 합의를 1년간 지키자는 입장"이라며 "야당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여당은 이재명정부가 제대로 민생회복할 수 있도록 본회의 일정 빨리 잡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유 원내수석부대표는 "정권도 바뀌고 과거 국회의 관행도 있으니 거기에 맞춰서 원 구성 협상을 같이 진행하면 (본회의 일정 논의가) 시간이 오래 걸릴 사항이 아니"라며 "야당은 비정상적인 원 구성이 22대 상반기에 이뤄져 이번에 정상화하자는 요구를 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본회의 일정이 늦어지면서 추경안 심사도 밀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20조2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의결했습니다.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뒤, 각 상임위원회 예산소위를 거쳐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돼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문제는 예결위를 개최할 예결위원장 선임이 본회의 지연으로 연기됐단 점입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2대 국회 개원 당시 합의대로 신속하게 상임위원장을 선출해 추경안을 심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당초 대통령실은 민생회복 지원금의 전 국민 차등 지급을, 여당은 보편 지급을 주장하며 엇갈렸습니다. 이후 당정은 지난 18일 2차 추경안에 민생회복 지원금 예산을 반영하고, 이를 전 국민 보편지원 형태로 지급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최종안은 소득에 따라 국민 1인당 15만~50만원을 현금으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왼쪽)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19일 추경안 심사와 상임위원장 선출 등을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 협의에 나섰다.(사진=뉴시스)
법사위원장 놓고 여야 대립 '최고조'
늦장 원 구성이 예결위를 넘어 민생 추경까지 위협하는 중입니다. 여야가 2주째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며 국회 원 구성이 일시 정지됐습니다.
법사위는 '상임위 위의 상임위'로 불립니다. 다른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심사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으로선 다수 여당이 쟁점 법안을 밀어붙일 때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직전 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사직으로 공석입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 시절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민주당을 견제해왔지만, 이재명정부에서 법사위원장마저 민주당이 차지하면 견제 수단이 없다고 우려합니다. 실제로 윤석열정부는 탄핵 소추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한 횟수(17번)를 포함해 거부권을 총 42번 행사했습니다.
법사위원장직 반환의 또 다른 명분으로 국회 관행도 언급됩니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부터 제1당이 국회의장,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민주당이 두 자리를 모두 차지하며 이런 관행이 깨졌고, 22대 국회 전반기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숫자가 많다고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다 갖는 것은 오랜 전통과 관례를 깨뜨리는 것"이라며 "바로 잡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외교통일·국방·정보위원장직과 교환하자는 초강수도 뒀습니다. 국민의힘 김석기·성일종·신성범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넘기면, 자신들이 맡고 있는 3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 넘길 수 있다"고 작심 발언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전에 약속된 법사위원장 '2년 임기'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21대 국회 당시 양당은 원 구성 협상을 통해 4년 회기 중 여야가 각각 2년씩 법사위원장을 맡도록 합의했습니다. 이후 22대 국회 전반기를 구성하며 국민의힘이 2년을 1년으로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한 바 있습니다.
민주당은 새 정부 안정화에 속도감 있는 입법이 필요하기에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여야 원내대표 첫 접견에서 "국정 운영의 현실과 책임"을 언급하며 "지금은 속도도 중요하다. 경제가 흔들리고 민생은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습니다.
여야는 오는 23일 본회의 일정을 정하기 위한 세 번째 회동에 나섭니다. 이때 원 구성 방안도 함께 논의될 전망입니다. 통상 국회 원 구성에는 2~3주가 걸리는데요. 소수 여당과 다수 야당의 충돌이 극심했던 22대 국회 전반기에도 원 구성까지 3주가 걸렸습니다. 이번 국회는 이미 2주를 넘겨, 지난 국회보다 원 구성 지연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