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수소차’ 집념 결실…압도적 리딩 꿈꾸는 현대차

신형 넥쏘, 5분 충전 720km…기술 집약
'수소 강자' 도요타와 BMW도 못 따라와
수소 모빌리티 전영역 독보적 위치 확립
경쟁사와 협업하며 '생태계 조성'도 앞장

입력 : 2025-06-23 오후 5:00:23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가 1998년 수소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한 이후 지난 27년 동안 쌓아온 수소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차 시장의 주도권 강화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현대차는 신형 ‘디 올 뉴 넥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차세대 친환경차 경쟁에서 결정적 승부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뒤늦게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가장 빠르고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투산ix FCEV’를 양산하며 글로벌 생태계를 선도한 현대차는, 최근에는 도요타와 수소 기술 및 인프라 협력을 통해 글로벌 수소차 보급과 기술 표준화의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수소 솔루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7년 수소기술 집약 ‘디 올 뉴 넥쏘’
 
현대차가 지난 13일 선보인 신형 넥쏘는 1998년부터 축적해온 수소 기술의 집약체라 불릴 만 합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 7년 만에 내놓은 풀체인지 모델로, 기존 모델보다 향상된 연료전지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자랑합니다. 수소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발생시켜 차에 동력을 제공)의 출력을 85kW→94kW로, 고전압배터리의 출력은 40kW→80kW로 키워 0km/h부터 100km/h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7.8초에 불과합니다. 또한 수소 저장탱크는 고성능 복합소재를 적용해 수소 저장량을 6.33kg→6.69kg까지 증대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단 5분 내외의 짧은 충전시간만으로 최대 720km에 달하는 승용 수소 전기차 세계 최고 수준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달성했습니다. 18인치 타이어 기준 산업부 복합 신고 연비는 107.6km/kg 입니다.
 
현대차는 신형 넥쏘를 통해 유럽과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에서 수소 인프라 구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현대차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의 기폭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미 시장에서는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수소차 보급이 확산되고 있으며, 현대차는 이 지역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회에서 공개된 현대차 디 올 뉴 넥쏘 (사진=뉴시스)
 
수소차 분야의 전통적 강자인 도요타가 ‘미라이’ 모델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현대차만큼 공격적인 시장 확장 전략을 구사하진 못합니다. BMW 역시 수소차 개발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아직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입니다. BMW는 지난 2023년에 도요타와 협력해 BMW ‘iX5’ 수소 차량 테스트를 성공, 현재 공동 개발 중인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오는 2028년에 수소차를 양산할 계획입니다.
 
기술력에서 앞서고 있는 현대차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용차인 엑시언트 수소 트럭, 버스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 라인업을 구축하며 시장 전반에 걸친 생태계 조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모빌리티 전 영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한 이유는, 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 부품인 스택, 수소 저장용기, 공기압축기 등을 자체 개발해 기술 독립성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과 품질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소사회 구축을 위해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접 구축한 수소 충전소 ‘H 스테이션’은 2019년 안성 휴게소에 개소를 시작으로 여주와 함안, 하남, 여의도, 강동, 부산, 인천, 완주(수소상용차 특화 충전소) 등 전국에서 총 9곳이 운영 중입니다. 수소 충전소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하이넷’에도 출자해 수소충전소 보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초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차세대 연료 전지 시스템, 수소 충전소 구축 등 수소 벨류체인 통합 솔루션 HTWO 그리드(Grid)를 통한 수소 제품 기술 연구와 생태계 구축에도 매진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현대차가 수소사회 구축을 위해 인프라 투자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인천광역시 첫 번째 현대차 수소 충전소. (사진=현대차)
 
도요타 수소협력 등 ‘광폭 행보’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과의 협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모터 스포츠 대회 ‘2024 월드랠리 챔피언십(WRC) 일본 랠리’에서 도요타 아키오 요타 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수소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행사에서는 두 기업간 △청정수소 인정 기준 일원화 △수소 충전기술 표준화 △수소 관련 제품 호환 △공동기술 개발 등이 다뤄졌습니다.
 
글로벌 수소차 판매 1위와 2위인 이들의 움직임은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무엇보다 수소차는 전기차에 비해 막대한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듭니다. 전기차 충전소는 설치에 5억원 가량(초급속충전기)이 들지만, 수소차 충전소는 고압 수소저장시스템, 방폭시설 등이 필요해 30억~50억이 소요됩니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콜라보가 이뤄지면, 제3국에 진출할 때 양사가 공동으로 충전소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소차 판매 1위와 2위 기업의 협력은 기술발전, 시장장악력 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초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와 정관에 ‘수소사업’을 추가하며 수소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를 통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완성하고, ‘에이치투(HTWO)’ 브랜드로 2030년까지 7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를 글로벌 시장에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대차가 수소차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계와 협력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일본 아이치현과 기후현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 챔피언십(WRC)’에서 정의선 회장이 아키오 토요타그룹 회장과 기념촬영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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