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통 대거 진입…소매·배달시장 '가격전쟁' 예고

‘저가+트렌디’ 조합 내세운 중국계 유통업체
유통망 확보에 따라 한국 시장 지형 변화 가능성

입력 : 2025-06-25 오후 2:30:54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중국계 유통 기업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던 초기 양상과 달리,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음식 배달 플랫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국내 소비 생태계 전반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인데요. 저렴한 가격과 기민한 브랜드 전략을 앞세운 이들의 진출이 국내 기업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생활잡화 브랜드 미니소(MINISO)는 지난해 12월 서울 대학로에 국내 1호점을 개장한 이후, 올해 들어 본격적인 매장 확장에 돌입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홍대와 강남 등 유동 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에 잇달아 매장을 열었으며, 오는 27일에는 충청권의 대표 복합쇼핑몰 ‘커넥트현대 청주점’에 4호점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미니소 매장 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니소는 다양한 생활용품, 뷰티 상품, 완구 등을 주력으로 하며, 자사 보유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디자인 상품으로 10~20대 소비자층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매장 구성 역시 셀프 계산 기반의 무인 쇼핑 형태를 띠며, 실속과 편의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간에 4개 매장을 개장한 것은 단순한 테스트가 아닌 한국 시장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입지 선정에서도 볼 수 있듯, 브랜드 초기부터 주요 상권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중국 유통 브랜드인 요요소(YOYO SO) 역시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요소는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며, 현재 전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약 30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생활용품 브랜드입니다. 요요소는 1000~2000원대의 저가 생활잡화와 뷰티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계획입니다. 
 
요요소는 이미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 다양한 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한 경험이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도 가격 민감도가 높은 소비 특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지만, 가성비와 다품종 소량 전략을 내세워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처럼 오프라인 소매 시장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가운데, 배달 플랫폼 분야에도 중국 자본의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헝그리판다(Hungry Panda)는 중화권을 타깃으로 한 음식 배달 플랫폼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빠른 확장을 예고하고 있죠. 
 
헝그리판다는 본래 영국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중화권 소비자 맞춤형 배달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플랫폼입니다. 현재는 중식당 중심의 가맹점 유치와 동시에 중화권 거주자를 위한 로컬라이징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배달 라이더 모집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기업은 자사 SNS 채널을 통해 “서울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고품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점포와 소비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헝그리판다가 일정 수준 이상의 가입자와 가맹점 확보에 성공할 경우, 기존 국내 배달 플랫폼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국 유통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전략은 명확합니다. 바로 ‘저가+트렌드’ 결합 전략입니다. 소비자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빠르게 변하는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제공하면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식입니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실용성과 가성비 중심 소비 성향과 맞물려, 기존 브랜드와의 경쟁 구도를 급속히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됩니다. 
 
유통 영세업체, 외국계 브랜드에 점유율 잠식 우려
 
문제는 이러한 외산 브랜드들의 확장이 국내 중소 유통업체나 자영업자에게 구조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유통 생태계 내 소형 점포나 지역 기반 브랜드의 경우, 유사한 상품군에서 가격 우위를 지닌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배달 시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플랫폼 시장이 이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으로 과포화된 가운데 새로운 해외 사업자가 추가되면서 수익성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입점 수수료, 광고 비용 등 플랫폼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계 유통·플랫폼 기업들은 과거보다 훨씬 세련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니소와 요요소 같은 브랜드는 젊은 층을 겨냥해 트렌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고, 헝그리판다는 중화권 중심 배달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국내에서 빠른 점포 확대와 플랫폼 기반 구축 없이는 생존이 어렵고, 유통 채널과 투자 규모가 함께 커져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들이 유통망 확보에 성공하면 기존 국내 브랜드와 중소 유통업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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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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