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장내 미생물로 난치성 뇌종양 면역치료 효과 높인다

KAIST, 장내 미생물로 난치성 뇌종양 치료의 새 길 열어

입력 : 2025-07-02 오전 9:31:48
(왼쪽부터)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김현철 박사. (사진=KAIST)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최첨단 면역항암제에도 꿈쩍 않던 난치성 뇌종양 ‘교모세포종(Glioblastoma)’ 치료에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면역치료의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내 미생물과 그 대사산물을 찾아낸 것입니다. 
 
KAIST 생명과학과 이흥규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월 26일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뇌종양 면역치료 효과 강화 전략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기존 면역관문억제제(anti-PD-1)는 다양한 암종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지만,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어 임상적으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와 면역치료의 연관성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이 진행될수록 장내에서 중요한 아미노산인 ‘트립토판(tryptophan)’이 급격히 감소하고, 이로 인해 미생물 생태계가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트립토판을 보충하면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회복돼 특정 유익균이 늘어나고, 이 균들이 면역세포인 CD8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균주는 ‘던카니엘라 두보시(Duncaniella dubosii)’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균주가 장내에서 트립토판을 활용하여 생성하는 대사산물이 CD8 T세포의 순환과 활성화를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암세포를 더 효과적으로 공격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생쥐 모델을 통한 실험에서 트립토판을 보충하거나 D. dubosii 균주를 투여할 경우, 교모세포종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 균주를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하면 치료 효과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무균 생쥐에 이 균주만 단독으로 투입했을 때도 생존율 향상이 관찰됐습니다. 이는 장내 미생물 자체가 암 면역치료의 중요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이흥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면역치료가 잘 듣지 않던 교모세포종에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병용 전략으로 효과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음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향후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면역치료 보완제 개발에도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우리의 연구 결과는 장-뇌 축을 종양으로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장내 미생물과 면역 시스템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규명한 이번 연구가 뇌종양 치료뿐 아니라 다양한 암종의 면역치료 전략 개발에도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가 향후 임상 연구와 치료제 개발로 이어져 난치성 뇌종양 치료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장내 미생물이 항뇌종양 면역치료 효율을 조절한다는 연구에 대한 전체적인 연구 개요. 교모세포종이 진행되면서 장내미생물 변화와 트립토판의 양적 감소가 동반된다. 이러한 줄어든 트립토판을 보충해주면 장내미생물이 건강한 개체와 유사하게 바뀌며, 항뇌종양 면역반응이 강화된다. 이 반응은 CD8 T 세포의 순환을 증가시키면서 일어나게 되고, 이 현상은 장내미생물에 의존적으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D. dubosii 균주가 크게 기여하고, 이들은 면역치료와 병용 시 상승 효과를 보여준다. (사진=KAIST)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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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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