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식단에 장점이 많지만 영양소 결핍에 주의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건강과 환경, 동물복지 등 다양한 이유로 식물성 식단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에도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채식연합은 채식 인구를 3–4%(150만–20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는데, 2024년 한국리서치의 <채식·비거니즘 인식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18%가 채식(지향 포함)을 ‘실천하거나 지향’ 중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그중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5%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채식을 지향하는 분들 대다수가 ‘건강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실제로 식물성 식단이 심장 질환, 고혈압, 제2형 당뇨병, 특정 암 등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교 의대가 발간하는 Health Beat는 채식 식단에만 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육류 섭취를 줄이려는 경우든, 과일, 채소, 콩류, 통곡물로 풍부한 식단을 완전히 채택하려는 경우든,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영양소가 있다”라며 대표적인 몇 가지 영양소를 제시합니다. 과일, 채소, 콩류, 통곡물을 중심으로 한 식물성 식단이 건강 증진과 지속가능한 웰빙에 기여한다는 것은 이제 기본적인 상식이지만, 식물성 식단을 선택할 때도 반드시 유의해야 할 영양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비건이나 채식인이 신경을 써야 할 필수 영양소는 어떤 것들일까요?
칼슘
칼슘은 뼈 건강과 밀접한 영양소입니다. Health Beat는 “채식인은 저지방 플레인 요거트 등 유제품에서 칼슘을 섭취할 수 있지만, 완전 비건 식단의 경우 칼슘 강화 식물성 우유, 칼슘 가공 두부,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 등 십자화과 채소, 콩류를 하루 2~3회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부족할 경우 보충제를 고려하세요. 일일 권장량(평균 필요량)은 대부분의 성인에게 하루 1,000mg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 2020년에 이루어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비건 식단을 따르는 사람 중 약 20%가 칼슘 섭취 부족으로 뼈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연구진인 태미 통(Tammy Tong) 박사는 ”채식인이 육식을 하는 사람에 비해 전반적으로 골절 위험이 높았으며, 가장 큰 차이는 골반 골절에서 관찰되었다. 채식인의 위험은 육식을 하는 사람에 비해 2.3배 높았으며, 이는 10년 동안 1,000명당 15건 더 골절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비타민 D
흔히 “햇빛 비타민”라고 불리는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면역력 저하와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식물성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2~3회, 5~30분 정도 햇볕을 쬐거나, 비타민 D가 강화된 오렌지 주스, 식물성 우유, 연어와 참치와 같은 기름진 생선, 빛에 노출된 버섯 등를 통해 섭취할 수 있습니다. Health Beat는 “섭취량이 부족하다면 보충제를 고려해 보라. 비타민 D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하루 20 마이크로그램(mcg)이다”라고 조언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이나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는 “북반구 지역의 식물성 식단 지지자들이 비타민 D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겨울철에 비건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비타민 D의 보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비타민 B12
비타민 B12는 대부분 동물성 식단에서 얻는 것이기 때문에 채식 식단에는 부족할 가능성이 큽니다. 비타민 B12 결핍이 장기적으로 신경계 손상과 기억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예일대의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유념해야 합니다. Health Beat는 “고기, 유제품, 계란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 매일 보충제를 복용하거나 B12가 강화된 식품을 정기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B12의 권장 일일 섭취량은 2.4mcg이지만, 이 비타민이 흡수율이 낮기 때문에 더 높은 섭취량이 권장된다”라고 강조합니다. 이와 다른 입장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는 강화 영양 효모, 강화 아침 시리얼, 강화 식물성 음료(fortified plant milks), 강화 식물성 스프레드 및 효모 추출물을 통해 비타민 B12를 섭취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2024년 Nutrition Bulletin에 발표된 영국과 독일 연구팀의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비건이 채식인이나 잡식보다 혈청 B12가 현저히 낮으며 실제 기능적 결핍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비보충(unsupplemented) 비건의 경우 합성 B12를 섭취하지 않으면 결핍율과 이로 인한 기능 저하 위험이 매우 커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요오드, 아연, 철분
요오드 또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로 지적됐습니다. 장기적으로 요오드가 부족하면 갑상선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주로 해산물, 계란, 유제품에 풍부한 요오드는 식물성 식단에서는 주로 해조류나 강화 소금에서 얻을 수 있지만 양이 충분치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연과 철분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아연은 면역 체계에 필수적이며 철분은 빈혈 예방에 필수적입니다. 하버드 의대는 식물성 식단에서는 이 두 미네랄의 흡수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과 함께 섭취하여 흡수율을 높일 것을 권장합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 따르면, 비건 및 채식주의자들은 철분 섭취량이 충분하더라도 흡수율이 낮아 철분 결핍 빈혈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하버드 의대는 “식물성 식단은 장점이 많지만, 특정 영양소에 대한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특별한 관심을 촉구합니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채식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지혜로운 보충을 적극 고려해야겠습니다.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에 소개된 비타민 B12 함유 비건 식품들(사진=The Vegan Society 홈페이지 화면 캡쳐)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