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 침체 속…'대어' 애경산업 새 주인 찾기 속도

숏리스트 5곳 압축…태광, 앵커PE 등 참전
K-뷰티 확장성, 애경 안정적 수익 구조에 주목
포트폴리오 확대 절실한 업체들…2개월 간 실사

입력 : 2025-07-02 오후 3:37:08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애경그룹이 그룹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매물로 내놓은 지 3개월 만에 적격 인수 후보군이 추려지면서 새 주인 찾기에도 탄력이 붙는 모습입니다. 최근 수년간 유통 업황이 극도의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대체로 매수자를 찾지 못하며 인수에 고전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요. 화장품 업계만큼은 'K-뷰티'를 위시해 오랜 시간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이 같은 성장성에 주목한 국내외 업체들이 애경산업 인수에 관심을 가지면서, 일단 이번 인수전은 흥행 면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애경산업 인수 예비입찰에서 적격 인수 예비후보(숏리스트) 5곳을 압축했고 본입찰 초청을 공지했습니다.
 
애경그룹은 지난 4월부터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의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애경그룹이 희망하는 매각가는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고, 이는 현재 4000억원에 근접한 애경산업 시가총액에 경영권 프리미엄, 보유 자산 등을 복합적으로 더한 금액입니다.
 
일단 애경산업의 경우 최근 수년간 유통업계에서 보기 드문 '대어'라는 점,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는 점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인수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상황인데요. 실제로 숏리스트에는 태광그룹과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등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태광은 K-뷰티의 성장 가능성을 간파하고 인수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태광 입장에서는 주력인 석유화학과 섬유 업황이 악화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데요.
 
실제로 태광은 지난 1일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 인수와 설립을 위해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실행 시 연말까지 1조원가량을 집행하겠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앵커PE는 뷰티 브랜드인 '더마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앵커PE 역시 화장품 산업의 글로벌 확장성에 기대를 걸고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이처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잠잠했던 업체들이 애경산업 인수 참전을 결정함에 따라,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는 물론, 애경산업이 생활용품 및 화장품 사업을 오랜 기간 전개하면서 상당한 노하우는 물론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 이번 인수전에서 부각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애경과 참전 의사를 밝힌 기업들 간의 희망 금액 간극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경이 중국 시장이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어 추후 기업가치 평가가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아직 공유되거나 확정된 정보가 없어 이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매각 진행 상황을 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숏리스트에 선정된 후보들은 약 2개월간 상세 실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이후 애경 측은 본입찰을 실시하고 올해 3분기 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매각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애경 사옥 외관 모습. (사진=애경산업)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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