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밸류업 공시 늘었는데…여전히 배당주보다 못한 성과

밸류업 ETF 상장 후 28%↑…PLUS고배당주 35%인데
밸류업 계획 공시 우선한 지수구성 ‘이게 맞아?’

입력 : 2025-07-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코리아밸류업지수가 시장을 넘어선 성과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왔으나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고배당주만 모아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보다 뒤처진 성과를 기록 중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출범과 함께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는 크게 올랐지만 밸류업지수가 이를 고스란히 담아내진 못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밸류업지수 성과, 시장보다 좋았지만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월간 기업가치 제고 현황’을 통해 6월 한 달간 6개사가 새로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지난해 5월 밸류업 제도 시행 후부터 지금까지 여기에 동참한 상장기업이 코스피(유가증권시장) 120개사, 코스닥 36개사 등 156개사로 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또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이후 코스피 평균 28.0%보다 높은 30.9%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알렸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또 지난 5월에 코리아밸류업지수 발표 1년을 기념해 행사를 열고, 밸류업지수가 처음 산출된 2024년 9월30일부터 올해 5월26일까지 시장을 넘어선 성과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코리아밸류업지수가 6.92%를 기록하는 동안 코스피200지수는 2.13%, 코스닥 우량주가 포함된 KRX300지수는 1.05% 상승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거래소의 발표처럼, 코리아밸류업지수는 발표 직후부터 지금까지 시장을 넘어선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밸류업 정책에 공을 들인 덕분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는 가운데 자본시장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밸류업의 성과를 높인 결정적 원인이 됐습니다. 
 
실제로 2일 여야가 자본시장 개혁과제의 핵심인 상법 개정에 합의했고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어서 밸류업지수와 지수 구성종목들은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스피보다 밸류업보다 배당지수
 
다만 코리아밸류업지수가 시장을 넘어선 성과를 기록했음에도 아직은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수준으로 보입니다. 그 단편적인 예가 밸류업 구성요소의 하나인 배당 잘하는 종목들의 수익률보다 못한 성과를 기록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코리아밸류업지수는 지난해 9월30일부터 산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날의 지수 마감가는 992.13이지만 이는 당일 28.60포인트 하락한 결과로 실제 기준점은 1020.73입니다. 지난 2일 종가는 1237.08이므로 지수 발표 후 2일까지 상승률은 21.19%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649.78에서 3075.06로 16.04% 올랐으니 밸류업지수의 성과가 훨씬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 코스피고배당50지수는 3024.97에서 3773.48로 24.74% 상승했습니다. 
 
코리아밸류업지수를 기초지수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로 비교해도 이같은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코리아밸류업 ETF는 지수 발표 한 달여가 지나서 11월4일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KODEX 코리아밸류업은 상장 첫날 기준가에서 255원 오른 9865원으로 마감했는데요. 2일 종가는 1만2225원으로 기준가보다 27.21% 오른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같은 기간 대표 배당주 ETF 중 하나인 PLUS 고배당주는 1만4588원에서 1만9245원으로 31.92% 상승, 밸류업 ETF의 성과를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밸류업 ETF가 상장한 이후 지급된 분배금을 포함할 경우 성과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KODEX 코리아밸류업 ETF는 그동안 1주당 105원의 분배금을 지급했고, PLUS 고배당주 ETF는 524원을 분배했습니다. 분배금을 더한 수익률은 각각 28.30%, 35.52%입니다. 
 
밸류업 구성 기준, 이대로 괜찮나?
 
이처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 중에서 100종목을 선별해 만든 코리아밸류업지수보다, 기업가치 중에서도 주주환원, 그중에서도 배당에 집중한 ETF가 더 나은 성과를 기록 중이라는 사실은 밸류업의 존재감이 희석될 만한 일입니다. ‘밸류업’의 기준을 기업가치 제고 공시에 맞추다 보니 실질적으로 주주환원이 검증된 고배당주에 성과가 뒤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밸류업이 지향점과 실질적인 주주환원의 간극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코리아밸류업지수의 구성종목 선별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26일 주가지수운영위원회를 열어 코리아밸류업지수의 구성종목 정기변경을 심의했습니다. 그 결과 27종목을 새로 편입하고 32종목을 제외했으며 변경한 지수를 6월13일부터 적용 중입니다. 
 
새롭게 편입된 종목은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등 업종별로 다양한데요. 여러 편입 기준을 충족한 종목이겠지만 배당수익률처럼 직관적인 성적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구성한 100종목이 이재명 대통령의 자본시장 개혁을 등에 업고 배당주를 뛰어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현재 코리아밸류업지수를 구성하는 100종목 중 PLUS 고배당주 ETF가 투자 중인 25개 종목과 겹치는 것은 기아, 현대차, DB손해보험, 우리금융지주, 현대엘리베이터, 삼성화재, 제일기획, KT&G, 신한지주, JB금융지주 등 10개입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상법 개정 등 자본시장 개혁이 코리아밸류업지수의 성과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사진=연합뉴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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