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관세에 맞설 ‘한일 경제연합’

입력 : 2025-07-10 오후 4:11:12
최근 전 세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변덕에 또 한번 휘둘리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서한을 발송하면서 혈맹인 한국과 일본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배려는 없었다. 일본의 경우는 설명도 없이 당초 책정한 세율에서 1%p를 슬그머니 올렸다일방적 통보였다. 
 
현실적 위협감과는 별개로 상호관세를 전가의 보도삼아 전 세계를 겁박하는 그의 행태도 이제 익숙한 패턴이 됐다.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하기엔 그저 무례하고 무책임한 ‘갑질’이다. 
 
미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을 제외하고 트럼프 관세정책은 사실상 한국과 일본에 집중돼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627일 공개한 미국의 실효 관세율 모니터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한국에 대한 실효 관세율을 15.0%로 추산했는데, 이는 중국(41.4%)과 일본(16.5%)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한국과 일본을 향한 트럼프의 공세가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최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여러 차례 제기한 한일 경제연합구상이 위기를 타개할 중요한 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일 양국이 경제 협조 수준에서 나아가 정책과 시스템까지 연대하는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독립적 경제체제를 만들어 눈부신 성장을 일궈왔지만, 경제 규모가 작아 미국과 중국 등 경제 대국이 만든 규칙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자는 취지다. 실제 한일 양국이 손을 맞잡으면 6~7조달러(8200~9600조원) 규모의 시장이 탄생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은 글로벌 4위 규모다
 
한일 교역 구조가 수평적 협력 관계로 전환된 점도 한일 경제연합 구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배경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일 교역은 과거 한국이 일본에 원자재와 경공업 제품을 수출하고 고부가가치 품목을 수입하는 수직적 분업에서, 현재 IT 및 중화학공업 제품을 쌍방으로 교역하는 수평적 협력 관계로 전환됐다. 이러한 관계 전환과 함께 양국이 저성장과 고령화, 저출생 등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는 점도 한일 경제연합이 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뒷받침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늘날 미국이 일방적 관세정책으로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면서 세계 경제질서는 다시 급변하고 있다. 한때 미국의 패권 전략에 따라 동아시아에서 ‘자본주의 진열장’ 노릇을 했던 두 나라가 이젠 미국 패권 이후를 함께 구상해야 하는 처지다. 세계적 석학인 장하준 런던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이 없는 세계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됐기에, 세계 경제질서 재편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사 문제와 경제 협력을 투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 기조는 반가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위기와 변혁의 시기, 한일 경제연합에 대한 통 큰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배덕훈 재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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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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