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MG손보 세일즈 나선 민주당 의원들

입력 : 2025-07-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MG손해보험의 청산 결정을 한 달 반 만에 번복했습니다.
 
MG손보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3년여간 매각이 추진됐습니다. 노조의 반대로 최종 매각이 무산되자 금융당국은 지난 5월 MG손보의 신규 영업을 6개월간 금지하고 예금보험공사 산하에 가교 보험사를 설립해 각각 4조원이 넘는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하는 등 청산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MG손보 정리 방향은 청산에서 매각 재추진으로 급선회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MG손보 정리를 위한 가교보험사(가칭 예별손해보험)의 보험업 조건부 허가를 의결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설립되는 가교보험사는 MG손보의 보험계약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한시적 법인으로 MG손보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게 됩니다. 
 
그런데 금융위는 MG손보 인수 의향 확인 절차도 병행하겠다며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금융당국의 입장 선회는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MG손보 노조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입니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 MG손보 노조의 재매각 추진 합의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현 부위원장)이 부실 MG손해보험 처리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당시 금융위는 MG손보 청산 결정을 내렸지만, 한 달 반 만에 재매각 추진 병행으로 선회했다. (사진=뉴시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MG손보 인수 후보 찾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각 의원들이 금융지주사나 정책금융기관과 노조와의 면담을 주선하거나 직접 금융사를 찾아 MG손보 인수 의사를 물어보고 있따고 합니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MG손보 인수 의향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국회 정무위 국감에 출석한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으로부터 MG손보 인수 검토 여부를 질문받았고 "4개월 전(2024년 6월) 투자 제안을 받았다"며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기업은행의 역할이 있는지 상의해보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은행 입장에서 MG손보 인수 명분과 실익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MG손보를 인수할 경우 많게는 조 단위의 자본 투입이 불가피합니다. 중소기업 지원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은행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부실 기업 인수에 나서기는 어렵니다.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 지분이 70%가 넘는 데다 상장기업이라 주주들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른 의원실에서는 MG손보 인수 후보군으로 우리금융지주를 띄우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이 MG손보 인수에 뛰어들 경우 정부 부담을 덜어주면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임 회장은 최근 보험사 노조와의 면담에서 MG손보 인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답을 했다고 합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했기 때문에 보험사 추가 인수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가 지난 3월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정문 앞에서 MG손보 정상매각 촉구 노동조합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다른 의원실에서는 신한금융지주를 대상으로 MG손보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신한금융 경영진과 면담을 갖고 MG손보 인수를 검토해볼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신한금융 측에서는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손보 라인업을 갖춘 신한금융 입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손보 회사가 아니면 인수해도 시너지를 내기 어렵습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보험사 M&A 단골 후보로 꼽히는 금융사입니다. 하나금융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규모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험사 포트폴리오 확장이 시급합니다. 지난 2023년 KDB생명 인수전에 참전하기도 했는데,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최종 포기한 바 있습니다. 다만 하나금융 역시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가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꼬인 실타래를 푸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노조 반대로 매각조건 협의를 위한 실사에 착수조차 못하고, 메리츠화재는 결국 올해 3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습니다. 
 
정치권이 나서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MG손보 매각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금융당국이 향후 부실 금융기관을 청산할 명분마저 약해졌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정권 교체기에는 '버티면 된다'는 올바르지 못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은 우려스러울 따름입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