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 떠안기 싫다"…이기주의 수렁에 빠진 감독체계 개편

입력 : 2025-07-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격화되고 있지만,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감독 강화 논의는 전무합니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의 분리,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신설 등의 필요성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요. 조직 이기주의에 휩쓸려 기존 조직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데만 목소리를 낼 뿐 부실 우려 기관의 감독 책임을 맡는 것은 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위·금감원, 상호금융 감독 반대 한목소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 권한을 둘러싼 금융위·금감원 간 셈법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금융위를 해체하고 감독 기능을 금감원으로 통합할지,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분리할지 등이 관건입니다. 두 기관이 유일하게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바로 금융당국으로의 상호금융기관 감독권 이양 반대 의견입니다. 
 
금융당국 내에서는 상호금융기관을 직접 감독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입니다. 업무 영역을 확대하면 예산도 늘리고 조직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반응인데요. 금융위에서는 현재도 다른 부처와 협의해 상호금융기관을 감독하고 있고, 금감원이 검사에 나설 수 잇는 만큼 감독과 검사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다만 물밑에서는 상호금융은 은행이나 보험과 같은 전형적인 금융 분야로 보기 어려운데 감독권까지 떠맡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입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감독권 이양에 대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정리할 부분이 남아 있다"며 현 단계에서 섣불리 감독권을 이관할 경우 혼란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감원 역시 소비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금소처 분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상호금융 감독권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선 난색입니다. 금감원 내에서는 금융감독 규정 제정권을 갖고 오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금융감독기구 내 감독규정 제정 관련 의사결정 기구와 감독 집행 기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견해입니다. 
 
1500여명의 금감원 직원들은 최근 금소처 분리에 반대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이재명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 "금소처 분리는 진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이 아니며, 현재의 통합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금융당국이 조직 유지 또는 확대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힘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소비자 보호' 뒷전
 
금융소비자보호가 정책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상호금융기관들은 감독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습니다. 기관마다 감독 주체가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금융위 등으로 제각각이고 관련 법령도 새마을금고법, 농업협동조합법, 신용협동조합법 등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일례로 상호금융기관 중 신협만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 대상에 속하고,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는 금소법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2021년 3월 금소법을 시행할 당시 상호금융기관의 주무 부처가 금융위가 아니라, 법 제정 과정에서 범부처 의견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예외로 인해 상호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금소법상 분쟁조정 신청이나 계약철회권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호금융 기관별로 감독 주체와 근거 법령도 제각각입니다. 농협·수협수협·산림조합 등은 각 소관 부처(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가 관리·감독 권한을 쥐고 있고, 이들 협동조합의 신용사업 부문에 한해 금융위와 금감원이 일부 관여하는 구조입니다. 
 
새마을금고는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행안부가 주무 부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행안부 장관이 새마을금고의 신용사업 및 공제사업을 금융위와 협의해 감독하며, 경제사업은 행안부가 단독 감독합니다. 새마을금고 설립 인가 권한은 행안부 산하 지방자치단체(시·군·구)장에게 부여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감독체계 아래에서 상호금융권이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돼왔다는 점입니다. 지난 10여년 전부터 새마을금고, 신협 등에서 각종 부실·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주무 부처별로 제때 감독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금융당국 간 감독체계 개편 의견이 갈리는 가운데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가 훼손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감독 기능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작 부실 시한폭탄인 상호금융 감독권에 대한 논의는 없다"며 "조직의 존폐를 우선하는 당국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마을금고·농협·수협 등 상호금융기관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새마을금고 본점 안으로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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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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