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한국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NXT)와의 경쟁에 대응해 정규장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와 학계에서는 거래시간 확대만으로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수수료, 최선주문집행(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 정산 체계 등 플랫폼의 3대 핵심 구조에서 거래소가 불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단순한 운영 시간 확대만으로는 구조적 열세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정기획운영보고를 통해 거래소의 정규장 거래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보고됐으며 거래소도 이에 맞춰 시스템 정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거래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만 정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리·애프터마켓은 없습니다. 반면 넥스트레이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거래가 가능해 접근성에서 유리한 상황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논의가 오가고 있는 것은 맞다"며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정도만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으며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을 늘려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지만 수수료, SOR, 정산 시스템 같은 핵심 구조에서는 여전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시간 연장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먼저 수수료 측면에서 한국거래소로서는 시장 감시와 청산 기능 등을 겸하고 있어 대체거래소와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체결만 수행하고 결제는 한국예탁결제원(KSD)에 위탁하는 구조로 고정비 부담이 낮아 수수료도 낮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거래소는 중앙청산기관(CCP)으로서 거래 이후 결제 보증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수수료 구조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거래소는 시장 감시, 결제 안정성, 청산 보증 등을 모두 수행하기 때문에 단순 수수료 비교는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 기능을 수수료 산정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수료 체계의 불균형은 SOR 시스템과 맞물려 거래소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SOR은 증권사가 고객 주문을 가장 유리한 시장에 자동 배분하는 시스템인데, 현재 국내에서는 수수료가 가장 낮은 거래소가 우선 배정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동일한 가격 조건에서도 넥스트레이드로 주문이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SOR 기준은 가격이나 수수료 중심으로만 작동하기 때문에 거래소 입장에서는 억울한 구조일 수 있다"며 "거래소가 감시, 결제, 청산까지 전담하는 만큼 단순 수수료만으로 비교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제 비용 구조를 좀 더 정교하게 반영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래소의 정산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거래소에 일방적인 책임이 집중된 구조라는 점에서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이후 결제와 리스크 관리를 외부 기관에 위탁하지만 거래소는 결제 실패 시 회원사 적립금과 자사 자산으로 손실을 보전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결제 리스크와 고정비 부담이 모두 거래소로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거래소가 모든 결제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일부 정산 기능을 민간이나 유관 기관과 분담하는 방향으로 청산 체계를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결제 기간(T+2)을 단축하고 리스크 분산이 가능하도록 구조를 재설계하지 않는 한 시간 연장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거래시간 연장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래시간 연장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한국거래소도 넥스트레이드와의 경쟁에서 시간 대응은 불가피한 조치"라며 "플랫폼 구조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시간을 늘리는 대응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거래소는 어디까지나 유통시장이며 경쟁 체제를 기반으로 효율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구조"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시간을 늘리는 조치는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성만을 앞세우기보다 시장 설계자로서의 역할과 경쟁력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3월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