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엔켐, CB 되사고 또 팔고…오정강 대표 지분 방어전략 '논란'

CB 발행 후 일부 콜옵션 행사 후 재매각 진행
오 대표 지분 14%대 불과…주식 전환 최대한 방어
재무 악화에 CB 발행 멈출 수 없고 지분율 방어도 필요

입력 : 2025-08-05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7월 31일 18: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이차전지 전해액 전문기업 엔켐(348370)이 재무구조 악화 속에서도 기 발행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매도청구권(콜옵션) 행사를 반복하고 있어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오정강 엔템 대표 지분율이 14.76%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한다. 재무구조 악화로 자금이 필요해 CB를 지속 발행하고 있지만, 경영권 방어도 신경써야 하는 입장에서 콜옵션을 행사하고 다시 재매각하면서 주식 전환 시기를 인위적으로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발행 CB 전량을 콜옵션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수익성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엔켐)
 
오정강 대표 지분율 14.5%에 불과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켐은 2023년 7월7일 발행한 제13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전환사채(전환가액 7만711원, 만기 2028년 7월7일) 일부를 최근 콜옵션으로 취득했다. 취득금액은 약 28억9978만원, 권면총액 기준으로는 약 25억원이다. 전액 자기자금으로 충당했으며, 이는 1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259억원)의 약 11% 규모에 해당한다.
 
엔켐은 이번 13회차 CB 콜옵션 관련 공시에서 해당 물량을 향후 ‘만기 전 제3자에 콜옵션 지정 매각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엔켐이 콜옵션을 행사해 CB를 회수한 뒤 외부에 재매각하는 전략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만큼 이 같은 구조가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엔켐은 지난 6월 콜옵션을 통해 취득한 12회차 CB 100억원을 6월30일 코어라인인베스트에 재매각했고, 같은 달 26일에도 콜옵션으로 사들인 11회차 CB 100억원과 12회차 CB 120억원을 위즈돔디비제일차에 다시 넘겼다. 앞서 지난 4월에도 12회차 CB 100억원을 플루토스 G1호 기술조합에 재매각한 바 있다.
 
CB를 회수해 소각한다면 발행주식 수 증가를 막아 주가 희석 우려를 해소할 수 있지만, 재무상태가 열악한 엔켐은 소각 대신 재매각을 택하고 있다. CB 전환시점을 늦춰 최대주주인 오정강 엔켐 대표의 지분율(14.49%) 희석을 지연시키면서 동시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을 통해 CB를 회사가 먼저 사들이면 당장 주식으로 전환되는 물량을 막을 수 있고, 이후 외부 투자자에게 다시 넘길 때도 전환권 행사 시점이 늦춰져 지분율 방어가 가능하다.
 
 
 
주가 오르면 ‘오버행’vs떨어지면 ‘풋옵션’ 우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언젠가는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어 ‘잠재적 오버행(대기 매도 물량)’으로 인식된다. 7월31일 기준 엔켐 주가는 7만300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6만5000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11회차 CB의 전환가액 7만3305원, 13회차 CB 전환가액 7만711원에 근접해졌던 것이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넘어서면 CB 전환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간 엔켐이 발행한 CB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 5월에 공개된 분기보고서(1분기)에 따르면 제11회차 CB는 500억원, 제13회차 CB는 200억원, 제14회차 CB는 2382억원으로 총 3082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 미전환 상태다. 전환가액 기준으로 13회차 CB는 200억원, 14회차 CB는 2382억원이 대기 중이다.
 
특히 14회차 CB는 내년 11월29일부터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엔켐 재무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14회차 CB 전환가액은 11만2700원으로, 현재 주가와 크게 차이가 난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넘으면 CB 전환 물량이 쏟아져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2400억원대 CB의 풋옵션 부담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엔켐이 콜옵션 행사와 재매각을 통해 지분율 방어와 현금 확보를 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수익성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없는 ‘미봉책’으로 보고 있다. 1분기 가준 엔켐의 매출액은 682억원으로 전년 동기(781억원) 대비 12.7%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92억원으로 전년 동기(118억원)보다 손실 폭이 확대됐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시장 수요 악화 영향이 큰 탓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4년간 자본적지출(CAPEX) 규모와 잉여현금흐름(FCF)만 봐도 투자여력이 부족한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투자를 집행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엔켐의 CAPEX와 FCF는 2021년 534억원, -1658억원, 2022년 901억원, -1261억원, 2023년 1136억원, -300억원, 지난해에는 546억원, -1030억원을 기록했다.
 
엔켐은 올 1분기에도 87억원의 CAPEX를 집행, -348억원의 FCF를 기록했다. 회사는 재무부담을 덜기 위해 투자 계획을 축소했음에도 미국과 유럽공장 등에 아직도 약 650억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회사가 1분기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59억원, 기타유동금융자산 423억원, 기타유동자산 386억원을 포함해도 현금성자산은 총 1068억원 수준이다. 650억원이라는 투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자금이다.
 
하지만 단기성부채 상환 압박이 큰 상황이다. 단기차입금 1295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 97억원, 유동성전환사채 779억원, 기타유동부채 53억원 등으로 약 2224억원에 달한다. 투자는커녕 단기간 내 부담해야 할 차입금을 상환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엔켐 측에 콜옵션과 재매각 반복하는 명확한 이유와 오버행 및 풋옵션 우려에 대한 입장과 대응방안,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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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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