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러시아 제재에 나섰습니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인도에 총 50%의 ‘관세 폭탄’을 던지며 중국에도 ‘세컨더리 관세(2차 관세)’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활용해온 인도와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지면서 시름하던 국내 정유업계의 수혜가 예상됩니다.
지난 2월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구매와 관련해 인도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에 대한 자금 압박 차원입니다. 인도는 기존 25%에 더해 이번 추가 조치로 총 ‘50%’의 관세를 물게 됐습니다. 트럼프는 8일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종전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대러시아 제재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유럽연합(EU)도 제재에 동참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원유 판매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핵심 자금 원천으로 꼽힙니다. 러시아 원유의 최대 구매자는 중국과 인도입니다. 지난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를 약 73조원어치를 수입했으며, 중국은 87조원을 수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2.5% 수준에 불과하던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비중은 2023년 하루 180만배럴, 전체 수입의 39%로 1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발 관세 충격을 피하기 위해 인도 국영 정유사인 IOC가 입찰을 통해 미국, 캐나다, 중동산 원유를 9월 인도분으로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인도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중동은 국내 정유사들의 최대 수입처입니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유가가 상승할 경우 국내 정유사들의 업황 개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통상 유가 하락은 정유사들의 재고손실 증가와 정제마진 축소로 이어져 단기적으로 국내 정유사 업황 악화의 원인이었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대부분 중동 등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수주일 뒤 들여오고, 이를 정제해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유를 수입할 당시보다 유가가 하락하면 재고손실을 입게 됩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실적은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중동산 원유 수요 증가로 유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어 매출 규모나 영업이익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 국가인 중국, 인도 등이 저가 원재료를 확보해 주변국 밀어내기 수출로 공급 과잉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도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싸게 원유를 받아다 정제를 해 경쟁력이 좋았는데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 기업에는 반사이익”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감산 완화 추세에 돌입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원유 도입 원가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