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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9일 15: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를 통해 완성차 관세를 25%에서 15%대로 낮추며 완성차 업계의 숨통은 트였지만, 자동차 부품업계엔 여전히 관세 부담이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멕시코·캐나다 생산거점을 활용하던 전략에도 관세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완성차의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 전환과 애프터마켓 경쟁 심화가 국내 부품사, 특히 중소·중견 협력업체에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IB토마토>는 완성차 업계와 달리 잘 드러나지 않는 부품업계의 구조적 부담과 기회 요인을 집중 취재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국과 미국 정부가 지난달 말 자동차와 부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적용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게다가 멕시코·캐나다 등 제3국 생산기지를 통한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율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서 부품 관세 범위가 철강·알루미늄 등 원재료 중심으로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3차 중소 협력사까지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사진=연합뉴스)
북미 현지화 투자에도 관세 불확실성…완성차보다 부품사 '고통'
하지만 관세 변수는 이러한 CAPA(생산능력) 확보 전략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할 관세율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탓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15% 이상의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멕시코·캐나다산 부품에도 불리한 조건을 내세울 경우, 북미 현지화를 위한 투자가 오히려 비용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 관세로 2분기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며 “특히 멕시코·캐나다 등 제3국 생산 거점에 대한 관세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각각 8282억원, 7860억원 감소했다고 추산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기아 멕시코 공장만 놓고 봐도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용이 완성차보다는 부품사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 가격 인상에 소극적인 만큼 협력사 단가를 낮추려는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1차 부품사 14개사뿐만 아니라 2·3차 협력사에도 연쇄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확대…부품업계 ‘직격탄’
부품업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32조 관세 확대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8일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 407개 품목에 대해 5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자동차 엔진 부품, 기타 자동차 부품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지난해 해당 품목의 대미 수출 규모는 각각 3억6800만 달러, 6억7400만 달러에 달한다.
철강·알루미늄 함량이 높은 부품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 특성상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어 대부분 관세 부과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 부품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원산지 입증 강화, 사전 자료 확보, 의견서 제출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 1차 협력사는 북미 진출을 통해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중소 협력사는 자금·기술력 부족으로 현지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정부가 맞춤형 금융·세제 지원 등으로 이들의 생존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에 닥친 만큼 노사가 더욱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철원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동차 기업과 노조가 함께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서로의 입장만 내세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반면 2008년 금융위기 때에 미국 자동차 노조는 GM과 포드 등의 완성차 기업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적극 협조했다. 이를 통해 두 기업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