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관세 남은 ‘K-반도체’, 추가 대미 투자 주목

경제사절단, 이재용·최태원 미국 출장
지분 요구 대비 공장 증설 계획 가능성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보장 도출
“중장기 대미 투자 발표로 지원 전망”

입력 : 2025-08-25 오후 5:10:43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대형 반도체업계 두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방미 일정을 함께 수행하는 가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지난 관세 협상 결과인 ‘최혜국 대우’ 약속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아울러 미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지급되는 보조금 대신, 지분 매입을 공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응해 추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에도 이목이 집중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대미 투자를 약속한 대만의 TSMC 미 마이크론 등 업계 경쟁사와 달리, 미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아직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경제사절단에 동행하기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출국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회장과 최 회장은 2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일정에 동행하며 경제사절단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두 사람은 정상회담을 지원하기 위해 전날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투자 요구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만큼, 정상회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 현지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신규 투자를 발표하지 않은 반면, TSMC와 마이크론은 대미 투자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뒤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6조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고, 마이크론은 지난 6월, 지난해 말 발표한 계획보다 대미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미 상무부도 TSMC와 마이크론에게는 이번 보조금 대가로 지분을 요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재 투자를 진행 중인 사업은 모두 전임 바이든 행정부 때 이뤄진 것들입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반도체 생산 거점 확대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6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에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 달러(51조원)로 확대한 바 있습니다. 이 공장은 현재 90% 이상 건설이 완료됐으며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제2공장을 짓고 있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공장 건설을 준비 중입니다. 이 공장은 오는 2028년 하반기에 준공해 가동될 방침입니다. 
 
최태원 SK 회장과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만난 모습. (사진=SK)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은 대형 고객 유치에 어려움과 트럼프 정부의 보조금 삭감 등 정책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가동 시점이 연기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테슬라와 애플 등 미 빅테크 업체와 대형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투자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애플과 스마트기기에 들어갈 차세대 칩 생산 수주를 받았으며, 지난달에는 테슬라와 22조7548억원 규모의 차량용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 보조금 지급 아닌 지분 매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투자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칩스법 보조금을 대신해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는 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 정부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인텔의 지분 9.9%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는데, 이는 인텔에 약속한 보조금 중 일부인 89억달러(약 12조원)를 이번 지분 인수에 사용했습니다. 보조금 지급 대신 지분 매입을 빌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미 투자를 유도하는 형국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때 미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대가로 삼성전자는 47억5000만달러(약 6조6000억원), SK하이닉스는 4억5800만달러(약 6300억원)를 각각 받기로 했는데,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양사에 이 금액만큼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미 투자를 늘리는 기업은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투자를 확대하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만난 모습. (사진=연합뉴스)
  
추가 투자, ‘추가 수주’ 확신 있어야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신규 수주에 대한 확신이 전제돼야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리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 유치를 원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 정부가 파운드리나 HBM의 추가 수주를 연결해준다는 확신을 주면 얼마든지 투자할 의미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두 총수 앞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반도체 품목별 관세 현안도 놓여 있습니다. 앞서 관세 협상에서 한국과 미국은 상호관세율을 15%로 협의하는 동시에 반도체 관세는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고 약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최대 약 3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업계에선 유럽연합(EU)처럼 문서화한 공동성명으로 최혜국 대우 보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관세 협상 상황에 대해 “최종적으로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계에선 단기보다는 중장기 전략을 통해 한미 정상회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이 수년간 세운 투자 계획에 따라 해외 투자는 이미 집행을 완료한 경우가 많고 경영 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해 추가 여력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급박하고 미국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이견이 없는 만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중장기 투자를 미국 쪽으로 틀어서 집중하는 전략으로 최대한 트럼프 정부를 만족시키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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