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한·미 정상회담 선방…이 대통령 노련했다"

"트럼프, 대북 정책에 공감…가장 큰 성과"
주한미군 '토지 소유' 언급…방위비 문제 확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은?…관세 협상 진척 '모호'

입력 : 2025-08-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한동인·김성은·차철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련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미 외교 '신고식'을 잘 치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의 '북·미 대화' 제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긍정적인 답변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미국 관세 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토지 소유권' 요청 발언으로 확대된 방위비 문제는 아쉬운 대목으로 꼽힙니다. 
 
26일 <뉴스토마토>가 전문가 4명을 대상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진단을 조사한 결과, "큰 문제 없이 잘 끝났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각국 정상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고 칭찬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한 이 대통령의 전략이 들어맞았다는 분석입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전반적으로는 민감한 문제는 나오지 않았다"면서 "실무적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큰 틀의 방향만 정리한 것은 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만남' 제안해 이슈 선점
 
특히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긴 쉽지 않은 상태인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로 치켜세우는 동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북·미 대화에 단초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이재명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순히 김정은을 만나는 문제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공감한다는 뜻을 표시했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진단했습니다. 
 
고 교수는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면서 이슈를 선점했다"며 "동시에 다른 부분에서 돌발 상황을 줄인 것은 외교적으로 노련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북미 대화까지 이어지길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이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화 여부는 북한의 의중에 달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방위비·관세협상 모호성 '여전'
 
한·미 정상 간 첫 만남이 순조롭게 마무리됐지만 안보·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전이 없었습니다. 더욱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받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의 부지 소유권 요청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죠.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 문제를 다른 형태로 가져왔다"며 "우리 경제 상황에서 방위비 증액도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무역 협상 타결 이후 농축산물 시장 개방 여부 등의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았는데요.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이 문제없이 넘어갔지만 문제는 모호성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라며 "트럼프와 우리 정부가 시장 전면 개방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냈던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또한 김 수석연구위원은 "예상했던 대로 '한·미 동맹 현대화'는 정상회담 차원에서 깊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관련 숙제가 뒤로 미뤄졌다고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회담 전 트럼프 '숙청 발언'…엇갈린 분석
 
한·미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는 글을 올려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순직 해병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의 교회, 오산 미군기지 압수수색을 두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입니다. 
 
한국 공군시설이 수사 대상이었다는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언급하며 일단락됐는데요. 
 
이를 두고 김 교수는 "정치적 이슈를 가지고 경제를 얘기하려고 했던 의도로 보인다"며 "이 대통령이 잘 대응해 넘겼다"고 했습니다. 반면 신 교수는 "비공개 회담에서 그 얘기가 나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기선 제압용이 아닌 미국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을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에 대해 "한국이 과거처럼 이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발언했는데요. 신 교수는 "외교 노선을 명확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성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