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신속 퇴출' 첫 시험대…좀비기업 4곳, 9월 중 판가름

기심위 거치면 바로 시장위…심사 단축 첫 적용에 쏠린 눈
아이엠·플래스크·스타코링크·더테크놀로지…실질 회복은 아직
무상감자만 반복…실적 없는 자본 개선은 '착시'

입력 : 2025-08-27 오후 1:53:31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며 부실기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9월부터 새로 시행되는 신속퇴출제도에 따라 상장폐지가 결정될 경우 곧바로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새 제도는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 심의 절차 한 단계를 생략해, 상장폐지 결정이 기업심사위원회·시장위 두 단계 만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반복되는 감자와 불안한 재무구조를 두고 '자본 트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심사는 제도 개편 이후 코스닥 신뢰 회복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자본잠식·공시변경·매출감소…기업별 리스크 다양, 실질 회복은 '아직'
 
(그래픽=뉴스토마토)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시장위 심의를 앞둔 기업은 총 4곳입니다. 아이엠(101390), 플래스크(041590), 스타코링크(060240)가 9월2일까지, 더테크놀로지(043090)는 9월8일까지 각각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받습니다. 기업별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는 다양합니다. 플래스크는 자본잠식과 영업손실 누적 등으로 사업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됐고, 아이엠은 최대주주 변경 공시로 관리종목 등의 경영권 변동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스타코링크는 대규모 손상차손이 문제였으며, 더테크놀로지는 자본잠식, 매출 기준 미달과 함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따른 누적 벌점이 쟁점입니다. 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 조건부 투자계약 해지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가 올해 6월 이를 번복한 바 있습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감자 등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실적 부진과 유동성 악화 등 근본적 체력 회복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입니다. 스타코링크는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165억원에서 17억원으로 줄이며 자본잠식을 해소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결손금이 414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자본의 질이 낮은 상황입니다. 상반기 순손실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 52억원보다 손실 폭은 줄었지만, 매출 대비 영업손실 구조는 여전했습니다. 매출액은 132억원이으나, 매출총이익은 16억원에 그친 반면, 판관비가 41억원에 달하면서 영업손실이 25억원에 이르렀습니다. 영업현금흐름도 작년 동기 11억원 유입에서 19억원 유출로 전환됐으며, 매출 대비 비용 구조가 여전히 불리하고 차입금·전환사채 등 부채가 2241억원에 달해 재무 불안이 지속됩니다. 
 
플래스크는 매출 감소와 현금 유출이 이어지며 재무 구조에 불안정성이 여전한 상태입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플래스크의 매출액은 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7% 급감했습니다. 영업손실은 32억원으로 다소 축소됐으나, 여전히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6억원 유출로, 본업 기반의 현금 창출력도 미미한 수준입니다. 자산총계는 약 474억원, 부채총계는 86억원으로,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서는 벗어난 상황입니다. 이는 2025년 초 무상감자와 일부 이익잉여금 회복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단기금융상품 대부분을 소진하며 현금성 자산은 전년 동기 108억원에서 47억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향후 유동성 부족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더테크놀로지는 대규모 감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했지만, 매출 감소와 누적 손실 지속으로 재무 구조의 근본적인 개선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더테크놀로지의 매출은 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습니다. 기타비용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며 영업손실은 21억원, 순손실은 74억원에 달했고, 자산총계는 268억원으로 전기 말 433억원 대비 38% 줄었습니다. 더테크놀로지는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감자로 결손금을 1150억원에서 912억원으로 줄였습니다. 현금성 자산은 47억원으로, 전기 말 대비 다소 증가했지만, 전체 자산의 17% 수준에 불과하며 재무 건전성 확보에는 부족합니다. 영업활동에서의 현금흐름은 175억원 유입으로 전환됐지만, 투자·재무 활동에서 총 143억원 유출이 발생해 전반적인 현금 흐름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아이엠은 상반기에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부채비율은 900%에 가까우며, 부분자본잠식에 빠져있습니다.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60억원으로 지난해 자본총계 145억원보다 58% 줄었습니다. 유동자산도 271억원에서 164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영업수익은 4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 감소했으며 순손실 6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누적 결손금은 533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160억원 줄어든 반면, 부채는 70억원 정도만 감소해 전반적인 재무구조는 더 악화됐습니다. 현금흐름도 부진했습니다. 상반기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에서 각각 24억원, 22억원이 유출됐고, 보유 현금은 작년 동기 90억원에서 46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손실 누적이 계속될 경우 회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전망입니다. 
 
무상감자만 반복…상폐 회피 위한 '자본 트릭' 논란
 
한편, 상장폐지 심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개선 계획 주요 내용’을 자율 공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올해 3월 말 개정돼 7월부터 시행됐지만 이번 4개 기업 가운데 개선 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습니다. 각 기업들에 미제출 사유를 문의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플래스크, 스타코링크, 더테크놀로지 등 기업이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무상감자에만 의존하는 방식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외부 자금 유입이나 매출 증가 없이 자본금만 줄여 자본총계를 회복하는 것은 회계상 계정 변경에 불과해, 단기적으로는 상장폐지 기준을 피할 수 있어도 재무구조 개선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실제 증자나 실적 없이 무상감자로 자본잠식률만 낮추는 것은 장부상 자본금만 줄이는 효과에 불과하며, 실적 회복 없이는 자본잠식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가운데)이 지난 7월9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 방안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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