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기업 체감 경기가 석 달 만에 개선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컸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데다, 내수 시장 육성의 마중물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효과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을 시작한 지난달에는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도 9% 이상 늘어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심리 반등이 실질적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는 안정적 유지와 전략적 외교 지평의 확장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업 심리, 석 달 만에 반등
27일 한국은행의 '8월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0포인트 상승한 91.0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6·7월 두 달 연속 하락 후 석 달 만에 반등한 수치입니다. C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중 제조업 5개·비제조업 4개 등 주요 지수를 이용, 산출한 심리 지표로 장기평균치(2003년 1월~2024년 12월)를 기준값(100)으로 하고 있습니다. 100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이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합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CBSI는 업황이 0.4포인트 증가하는 등 석 달 만의 반등한 93.3 지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월보다 1.4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지난 5월 1.6포인트 증가 후 최대 상승 폭입니다. 더욱이 비제조업 CBSI의 경우 업황, 매출이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개선세를 보이면서 89.4로 올라섰습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0.7포인트 오른 수준으로 지난해 11월(92.5) 이후 최고치입니다.
다음 달 전산업 CBSI 전망도 3.4포인트 상승한 91.8로 개선세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조선·기타운수, 고무·플라스틱, 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상승한 92.1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비제조업의 경우는 4.7포인트 늘어난 91.5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운수창고업, 도소매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개선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심리지수를 합한 이달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전월보다 1.7포인트 올라선 94.6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 96.3 지수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계절 요인·불규칙 변동을 제외한 ESI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8포인트 상승한 92.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직장인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아야
개선 흐름을 보인 요인으로는 불확실성이 짙던 한미 관세 협상 타결과 민생 소비쿠폰 정책에 따른 효과로 분석됩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낮아진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나타냈다"며 "비제조업도 휴가철 및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으로 운수창고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을 본격화한 지난달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16조1000억원을 기록한 상태입니다. 오프라인 매출이 2.7% 증가했는데,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는 2.4% 감소한 반면 편의점 매출이 3.9% 늘었습니다. 이는 4개월 만에 상승세입니다.
관건은 해당 심리 반등들이 일시적 흐름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현재로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을 예정하는 등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로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의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실한 성장 잠재력과 하반기 수출 부진 등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입니다. 앞서 정부는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각각 0.9%, 1.8%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2년 연속 2%를 밑도는 셈입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7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저성장'…전략적 외교 지평 확장해야
올해 4%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와 달리 우리 경제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하반기 갈수록 무역 전선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무역 전문가는 "무역 합의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관세 부과로 경제 영향은 가시화될 것"이라며 "상반기 수출 조기 선적 등으로 선방했지만 하반기에는 고관세 영향이 본격 반영되면서 미국 내 소비, 고용 등의 추가 둔화가 예상된다. 여타국들도 수출 저하로 성장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장은 국제금융 인사이트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미·중 패권 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복잡성을 인식해 보다 정교한 대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2기의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하에 인도, 유럽연합(EU) 등 여타 국가의 실익 추구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중국과 사이가 나쁜 인도의 경우 미국 주도의 쿼드(QUAD)에 참여하는 동시에 중국 중심의 브릭스(BRICS) 및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대폭 확대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유럽의 경우 EU 집행위원회가 중국과 갈등하는 반면 주력 회원국인 독일, 프랑스는 경제적 이익 확보에 주력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미·중 사이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신 중립국이 최소 100여개로 아시아·중동 및 남미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갖고 실익을 추구하면서 다극체제 전환에 대응해 다자외교체제 참여, 중견국 협의체 주도, 국제기구에서의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전략적 외교 지평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WCE)가 개막한 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 김민석 국무총리 등이 참가 업체 전시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