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5일(이하 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약 2시간 20분간 진행됐습니다. 이날 양국 정상은 북·미 정상 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이었던 조선업 관련 협력에 뜻을 모았습니다. 여기에 이른바 '오벌 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 매복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미국의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 요구 가능성이 거론돼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APEC 계기 북·미 대화 성사 가능성…"기회있길"
이날 낮 12시 32분께 백악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12시 42분 부터 오후 1시 36분 까지 오벌 오피스에서 약 54분 가량 공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습니다. 이어 회담은 비공개로 확대 회담과 업무오찬까지 이어졌고, 오후 3시 1분께 마무리 됐습니다. 당초 우리 정부가 예고한 2시간을 넘긴 총 2시간 20분 가량 회담이 진행된 겁니다.
양국 정상은 이날 공개된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 가능성 등 한반도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한·미 관세협상의 핵심인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 조성 문제에 대해서는 비공개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세계 지도자 중 전 세계 평화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님처럼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실제 성과를 낸 건 처음"이라며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정말 눈에 띄는 것 같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급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북·미 대화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입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 관광업에 관심이 높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 월드'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추진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과 저는 (과거에)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제가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얘기했는데, 다시 한번 얘기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서로 대화할 준비가 된다면 그런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특정했습니다.
양 정상의 구상대로라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참석 여부에 대해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APEC을 계기로 한 김 위원장 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도 "어려운 질문이지만,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선업에 대해 많은 얘기 나눌 것"
지난달 31일 합의한 관세협상의 핵심인 조선업 협력에 대해서는 양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뜻을 모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협상의 원동력이 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언급한 겁니다.
이어 "한미동맹을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 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해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소, 선박 건조에 대해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미국은 조선업이 상당히 폐쇄됐기에 한국에서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며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관련해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마스가 프로젝트가 언급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 조선업을 매우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에 대해서도 "한국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미국은) 알래스카에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다. 한국과 같이 협업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위안부 문제까지 거론했습니다. 그는 "일본이 아주 소중한 우방이라고 생각하지만 한일관계가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 있었다"며 "저는 위안부 문제가 과거에 몇 차례 해결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라고 짚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한일관계도 어느 정도 수습돼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매우 중시하시기 때문에 제가 미리 일본과 만나서 걱정하실 문제를 다 정리했다"고 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방중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이 대통령에게 "같이 가겠느냐. 같이 전용기에 탑승하면 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같이 가면 좋겠다"고 호응했습니다.
회담 '돌출 발언' 없어…대신 '신확장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후 회담 직전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한국 정부가 한국 내 교회와 미군기지를 압수수색한 점에 대한 불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다만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과 같은 외교 결례는 없었습니다. 되레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농담으로 비교적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신확장주의'에 대한 구상을 한국에까지 확장하려는 의사를 표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주한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데 엄청난 돈을 썼고 한국이 기여한 게 있지만 난 그걸(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원한다"면서 "우리는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신 주한미군 감축 구상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였고,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