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가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평택 5공장이 건설 재개에 나섰습니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에게 연내 HBM3E를 대량 공급하고, HBM4 성능 검증을 마무리 짓는 데 사활을 거는 만큼,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라인. (사진=삼성전자).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평택 5공장 건설 용지에서 공사 준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택 5공장 부지 내에서 작업자들이 철골 구조물을 옮기고 안전교육 등을 받고 있으며 이르면 내달 본격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5공장 건설을 시작하려 했지만, 반도체 실적 부진 및 메모리 수주 부족 등으로 설비 투자 시점을 조정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입니다. 289만㎡ 규모 부지에 총 6개 공장 부지가 구성돼 있으며, 지난 2017년 1공장을 시작으로 2018년 2공장, 2022년 3공장으로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현재 4공장 일부까지 가동되는 중입니다.
특히 지난해 5공장과 함께 미뤄졌던 4공장의 나머지 생산라인 건설도 최근 공사 재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4공장에는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D램 생산라인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삼성전자는 1c 공정을 활용해 6세대 제품인 HBM4에 탑재되는 D램을 양산할 계획입니다.
5공장의 경우, AI칩과 관련된 파운드리 및 HBM 생산라인이 주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을 개발 중이며, 메모리 분야에서는 주요 고객사에 HBM3E 공급 및 HBM4 양산을 계획 중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수율 및 성능 확보를 통해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공급망으로 진입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39.5%로, 1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3.3%를 달성했습니다. 두 회사의 점유율 격차는 6.2%포인트(p)로, 전분기 2.5%포인트보다 벌어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내년 HBM 공급 물량 협상 마무리 단계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엔비디아는 검증을 마친 뒤,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차세대 루빈 GPU에 탑재할 HBM4 공급사를 확정할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HBM을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생산능력 확대 움직임은 그 수요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