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1대5000 축적의 초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는 구글이 반출 허락을 요구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 법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안보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위성 이미지 속 보안 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비공개 조치 방침을 공식화했는데요. 다만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해서는 구글 지도와 크게 관련 없는 사안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크리스터너 구글 대외 협력·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은 9일 서울 구글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 세계적으로 1대5000, 혹은 그 이상인 국가기본도에 대해 서비스를 진행할 때, 국가로부터 허락을 받는 나라는 없다"며 "한국 법과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기 위해 위성 이미지 속 보안 시설을 가림 처리하는 것에 더해 한국 영역의 좌표 정보를 구글 지도의 국내외 이용자들 모두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 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정밀지도 반출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구글코리아)
앞서 구글은 2007년부터 꾸준히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5000 이상의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현재 정부 심사는 유보 중으로, 오는 11월11일까지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구글 "고정밀지도 아닌 국가기본도 요구일 뿐'
구글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데이터가 고정밀지도가 아닌 국가기본도에 대한 요구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길 찾기 기능을 위해 1대5000 축적 데이터가 필요할 뿐이라는 겁니다. 터너 부사장은 "(정부가) 1대5000 지도를 국가기본도로 분류하고 1대1000 지도를 고정밀 전자 지도로 분류하고 있다"며 국토지리정보원 홈페이지 내용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이 데이터는 안보와 무관한 데이터라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국가기본도는 한국 정부가 이미 민감한 군사·보안 정보를 제외하고 제공한 데이터"라고 말했습니다.
위성 이미지에 대해 추가적인 보안 조치도 약속했습니다. 구글이 보유한 위성 이미지는 전 세계 상업 이미지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한 자료일 뿐이지만, 한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구글 어스에서 민감 시설에 대한 가림 처리 등 추가적인 보안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필요한 경우 이미 가림 처리된 상태로 정부 승인된 이미지를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습니다.
구글은 9일 국가기본도에 대한 프로세싱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데이터센터 국내 설치는 거절…"데이터 반출과 별개 사안"
구글은 정부가 요구한 안보 문제에 대해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데이터센터 국내 설치는 이번 사안과 거리가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국가기본도에 대한 프로세싱은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뤄져야 된다"며 "구글 지도는 전 세계 20억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고 활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는데 그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 센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세싱을 해야 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대신 구글은 핫라인을 설치해 소통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원하는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책임자를 두고 핫라인을 거쳐 우려 사항을 적기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상생 강조하며 국내 관광산업 차질 우려하기도
구글은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습니다. 파트너사인 티맵모빌리티, 에스피에이치(SPH) 등 국내 기업과 협력해 왔으며 데이터 반출을 기점으로 추가적인 협력에 나서겠다는 것입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발표된 논문을 인용하며 지도 데이터 반출으로 국내 공간정보산업 분야가 성장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호석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연구원과 곽정호 호서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지도 데이터 개방이 첨단산업의 경제적 성장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통해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공간정보산업 분야에서 약 18조4600억원의 누적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구글 지도에서 길 찾기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점을 호소했는데요. 터너 부사장은 "완전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한국 방문에 상당한 장벽이 되고 있다"며 "70% 이상의 이용자가 해외여행에 구글 지도를 사용한다고 답한 만큼 길찾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한국을 알아가는 데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