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5%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면서 서민금융 지원 대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고신용자에게는 금리를 높이고 저신용자에게는 금리를 낮추라는 구체적 방안까지 언급했는데요. 하지만 시장에서는 신용점수에 따라 금리를 산정하는 현 체제와 맞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사람 대출(이자)이 더 비싸다"면서 "고신용자엔 저이자로 고액을 장기로 빌려주지만, 저신용자에는 고리로 소액을 단기로 빌려줘 죽을 지경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경제 성장률 1% 시대에 성장률의 10배인 15%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이 살 수 있느냐"면서 "초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면서 0.1%만이라도 부담을 조금 더 지워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15.9%보다 좀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냐"고 발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가산금리에는 대출 비용과 신용 리스크 등을 반영합니다. 저신용자의 금리가 높은 것은 연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을 취급하는 구조입니다. 만약 저신용자가 연체하거나 상환에 실패할 경우 금융사 충당금 부담이 늘어나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신용자에겐 저금리로, 저신용자에겐 고금리로 대출을 내주는 것이 시장의 원리"라면서 "사회 환원을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 원리와 어긋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신용점수에 따라 가산금리를 계산하는데 발언대로 한다면 신용점수를 관리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 대통령 발언에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한 소비자는 "성실히 신용을 관리한 사람에게 벌주고, 빚을 갚지 않는 사람에게 당근을 주는 게 맞냐"며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발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소비자도 "단면만 보고 쉽게 말하면 안 된다"며 "저신용자가 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3월 국무회의에서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것은 구조적 모순"이라면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에 내몰리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로 개선되게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 최고 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했습니다.
당시 법정 최고 금리를 낮추자 오히려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법정 최고 금리가 20%로 인하한 직후 불법 사금융 이동 비율은 2021년 2.7%에서 2022년 3.8%로 상승했습니다. 인원으로 보면 약 2만명에서 3만30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금융사들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면서 저신용자를 위한 금리 인하가 불법 사금융 이용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은 것입니다.
지난 4월 법정 최고 금리를 10%대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을 당시에도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논의가 중단됐습니다. 현재 최고 금리가 20%에서 멈춘 것도 과거 불법 사금융 이용이 늘어난 전례가 있었고, 더 낮출 경우 금융사의 존폐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의 해법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며 "금리를 계속 낮추라고 지적하면 금융사는 저신용자 상대로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김 교수는 "당근을 반대로 주면 신용점수 관리가 필요없어진다"면서 "신규로 시장에 진출하는 사람은 대출을 아예 받지도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신용자에게 금리를 더 부담지워 저신용자의 금리 부담을 완화하라고 주문했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1회 국무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