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떠들썩했던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이슈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잠잠해졌습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산은의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했고, 강석훈 전 산은 회장이 정부 방침을 적극 받들며 노사는 강렬한 대치를 이뤄왔습니다.
산은 본점 이전의 근거가 되는 산은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하기 어렵게 되자 산은은 임시 방편으로 자체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서라도 부산 조직을 키워왔습니다. 이에 대응해 노조는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난 2022년 6월부터 매일 산은 본점과 대통령실 앞에서 반대 집회를 가졌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은을 퇴사한 직원 수는 총 235명에 달합니다. 산은의 연간 평균 퇴사자 수가 30명인 점을 감안하면 윤석열정부 기간 동안 대거 퇴사가 일어난 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후보 시절 때부터 산은의 부산 이전은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못 박은 바 있습니다. 대신에 부산에 동남투자은행(가칭)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밝혔었습니다.
이재명정부의 초대 산은 회장으로 내부 출신인 박상진 회장이 취임했는데요. 산은 부산 이전 해제와 조직 정상화를 이뤄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습니다. 현 정부에서 산은 부산 이전은 사실상 철회됐지만 노조는 더 확실한 답을 원하고 있습니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 추진 당시 부산에 내려간 직원들을 다시 서울로 발령을 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박 회장이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출근을 저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산은 부산 이전이 사실상 물 건너 간 이 시점에, 부산 이전 이슈로 퇴사했던 산은 직원들은 후회하고 있을까요?
윤석열정부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임기 내내 노조와 대치 국면이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은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2023년 3월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산은 이전 반대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0~30대 퇴사자는 서울에서 근무할 수 있는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스쿨에 진학하거나 지방 이전 가능성이 낮은 다른 공공기관에 재취업한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근무를 희망하는 산은 직원들이 금융협회 중 은행연합회 경력직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입사 난이도, 수행하는 업무의 중요도 등을 고려할 때 산은과 은행연합회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산업은행 근무는 매력적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 평균 보수(연봉)는 1억1466만원으로 금융공기관 중에서는 '톱'이기도 합니다.
만약을 가정해본다면 부산 이전설만 없었다면 퇴사를 생각하거나 결심하는 일도 없었을 테지요.
지난 2023년 산은을 퇴사하고 금융공기관에 취업한 A씨는 "산은 퇴사를 결정할 때 부산 이전이 철회될 경우를 당연히 고려했다"며 "매 정권마다 부산 이전에 시달리는 데다 정권의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분위기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취업한 B씨는 "결혼하기 전이라 워라밸 기준으로 찾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금융공기관은 지방 균형 발전 명분으로 정권에 따라 지방 이전 이슈에 휘말릴 수 있고, 서울-지방 순환근무 이슈가 있어 퇴사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 평균 보수(연봉)는 1억1466만원으로 금융공기관 중에서는 '톱'이다.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