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부터 여당 투톱까지…'강성 지지층' 눈치전

당 내부 갈등 촉발 원인…극한 진영 논리 강화
민주 '당원 중심' 강화 폐해…당심·민심 괴리 우려

입력 : 2025-09-14 오후 5:45:03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여권 전체가 개딸(개혁의딸)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앞서 여야가 기간 연장 없는 특검법을 합의하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여당 지도부는 이번에도 강성 지지층 눈치 보기에 급급했는데요. 끝내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뒤집었습니다. 민주당의 극한 진영논리 강화는 현재진행형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강성 지지층의 의견만 여론으로 받아들인다면 적대적 정치는 불가피, 민주당 '폭망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야 원만 합의→강성 여론 악화에 철회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0일 수사 기간을 늘리지 않는 특검법 합의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합의 파기' 지시로 합의가 철회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과정에서 여야 '투톱'의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11일 "협상안은 내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 달라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힌 건데요. 이어 "김병기 원내대표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지도부 의견과 달라서 많이 당황했다"고 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대표에게 강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그는 "정 대표와 법제사법위원회, 당내 특위와 사전에 논의한 사안"이라며 반박했습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3대 특검법 개정 협상은 결렬됐다"며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고, 법안 구체화 과정에서 수사 기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시 김 원내대표를 향해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김 원내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 정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정 대표는 "자신의 부덕의 소치 때문"이라며 사과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여야 합의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합의안에 대해)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내란 특검을 연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면서, 그게 '이재명이 시켰다'는 (일부) 여론이 있다"며 "나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게 하길 바라지 않는다. 협치는 야합과 다르다"고 했습니다. 정 대표보다 이 대통령이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자신의 강성 지지층 여론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8월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시진=뉴시스)
 
민주당 지지율도 좌지우지…정치적 '퇴행' 우려
 
결국 민주당은 당초 발의한 특검법 원안 그대로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강성 지지층 여론을 수용한 겁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강성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며 거칠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친여권 성향 커뮤니티에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향해 연일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옵니다. 이들은 정 대표에겐 "(여야 합의에 대해) 정청래도 알았으면 배신한 거고, 몰랐으면 무능력"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김 원내대표에겐 "김병기의 난"이라며 "당 대표를 패싱하고 독단으로 처리했다면 문제가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아울러 "당원들이 개, 돼지로 보이느냐"며 "민주당 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인사)을 색출해야 한다"고 비방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 사례가 다수 있었습니다. 새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관할 부처를 두고서도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성 지지층은 중수청이 기존 검찰청과 완전 분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 행정안전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법무부 차원에서 우려를 표했으나 강한 비난과 함께 정성호 법무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당의 강성 여론에 따라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설치될 계획입니다.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은 지난해 5월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있었습니다.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당시 국회의장 후보) 추미애 의원을 꺾고 당선되자 강성 지지층 반발과 동시에 민주당 지지율까지 하락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이재명 당시 대표 체제에서 국회의장 선거와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심 20%를 반영하겠다고 의결했습니다. 
 
이 밖에 민주당은 당원 주권을 명목으로 여러 선거에서 당원 참여 비율을 확대해왔습니다. 대신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대의원의 권한은 축소됐습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권리당원의 표 비중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기존 40%였던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도 56%로 늘었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당원 권한 강화를 통해 당원 중심 정담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는데요. 하지만 당심과 민심 사이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극한 진영 논리 강화로 적대적 정치로 이어지며 정책 결정 왜곡, 통합 저해 등 정치적 퇴행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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