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비만치료제 내 머릿속 '음식 소음' 지우개?

비만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 음식 생각 줄일 가능성 보고

입력 : 2025-09-19 오전 10:37:00
음식 소음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의 보상회로와 연결되어 식욕을 자극한다. (이미지=Gettyimagebank)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무언가를 먹고 싶어하는 욕망, 즉 식욕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는 허기가 있습니다. 체내의 에너지가 고갈되면 느끼는 생리적 감각입니다. 그런가 하면 “비가 오는 날이면 공연히 부침개가 당긴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허기와 무관하게 문화적·정서적 상황에 의해 유발되는 일시적인 식습관적 욕구로 음식 갈망(food craving)이라고 합니다. 이 둘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그런데 업무나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먹을 게 떠올라 방해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음식 소음(food noise)’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 용어를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인지적·심리적 차원에서 음식에 대한 침습적 사고가 지속되는 상태’입니다. 
 
음식 소음은 시각적·후각적 자극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쉽게 촉발되고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의 보상회로와 연결되어 식욕을 강화하는 신호를 보내도록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식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먹을 게 생각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식사 조절이나 체중 관리가 어려워집니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의 57퍼센트가 음식 소음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 용어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이것을 병리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복용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뚜렷한 변화
 
9월15부터 19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당뇨병연구협회(European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Diabetes)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와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Ozempic)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음식 소음을 줄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위고비를 제조한 덴마크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c)는 미국의 리서치 회사인 마켓트랙 글로벌(MarketTrack Global)에 의뢰해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 위고비를 복용하고 있는 사람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였고 여성의 비율이 86퍼센트로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그리고 조사 대상자 대부분 4개월 이상 위고비를 복용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음식 소음을 줄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복용하기 전에는 “하루 종일 먹을 게 생각났다”고 응답한 사람이 62퍼센트였던 반면에 복용 후에는 같은 응답을 한 사람이 16퍼센트로 급감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음식 생각에 시달린다”는 사람도 53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줄었습니다. “음식 생각 때문에 일상 활동에 방해를 받는다”고 답한 사람도 47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음식에 대한 생각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도 60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감소했습니다. 
 
정신 건강과 생활 습관 개선도 동반
 
연구진은 정량적 설문 외에 질적인 측면도 조사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사람들 가운데는 과거에는 충동적 섭식을 했지만 지금은 폭식이나 특정 음식군(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었다며 식습관 개선을 보고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조사 대상자의 64퍼센트는 정신 건강이, 76퍼센트는 자신감이, 80퍼센트는 생활 습관이 개선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세마글루타이드가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과 관련된 집착적 사고 자체를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정신 건강의 향상이 음식 소음의 감소 때문인지, 아니면 체중감소가 가져온 심리적 변화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무작위 대조 임상실험이 아니라 조사 대상자들의 회상에 의존한 진술에 근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마글루타이드를 주성분으로 하는 위고비의 제조회사가 비용을 댄 연구라는 점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위고비와 오젬픽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가 음식 소음을 줄일 가능성은 제시되었지만 앞으로 검증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챗GPT 생성 이미지)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daum.net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서경주 기자
SNS 계정 : 메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