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3분기는 ‘숨통’…앞길은 ‘안갯속’

정제마진 10불 돌파…단기 흑자 기대
IEA “내년 공급과잉 확대”…불확실성 ↑

입력 : 2025-09-25 오후 3:09:0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반등의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상반기 대규모 적자에 시달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정제마진 회복과 계절적 수요 증가에 힘입어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제 유가가 하향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업황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 퍼미안 분지 유전. (사진=연합뉴스)
 
25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1237억원, 258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19조2878억원, 영업이익 19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지난 상반기 4사의 합산 영업손실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섰던 점을 고려하면 단기 반등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핵심 배경은 정제마진 반등입니다. 배럴당 3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정제마진은 9월 들어 9달러를 돌파,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중국의 감산, 미국·유럽의 노후 설비 폐쇄, 드라이빙 시즌에 따른 휘발유·항공유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9월 하반기 정제마진은 10달러를 조금 넘어섰고 중국 국경절 이전으로 구매 수요가 발생 중”이라며 “에쓰오일 등에서 수혜가 기다된다”고 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원유 재고 지표도 단기 유가 상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미국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기준 지난주 원유 재고는 60만7000배럴 줄어 시장 예상치인 ‘80만배럴 증가’와 달리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공급이 예상보다 부족하다는 인식을 키우며 브렌트유와 WTI 선물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이번 흐름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국제 에너지시장에서는 공급 확대와 수요 둔화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원유·가솔린 재고 감소와 쿠르디스탄·베네수엘라 수출 차질,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단기 유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미 연말 공급 과잉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원유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으며 2026년에는 공급 과잉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내년 WTI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연속 증산과 비OPEC 국가들의 생산 확대가 재고 부담을 키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릴 경우, 정유사들의 재고평가 손실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고도화 설비 가동률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하고, 항공유·선박 연료 수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검토 중이지만 구조적 불확실성을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은 개선되겠지만 관세 충격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걱정”이라며 “기대가 없다 보니 재고 비축조차 안 해 수요가 더 줄고 있어 내년 전망이 어둡다”고 말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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